[한라일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달 펴냄)는 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 조승리 작가의 첫 번째 단행본이다. 열다섯, 시력을 잃기 시작한 순간부터 저자는 시간에 쫓기듯 각종 문학을 탐닉했고, 그렇게 내면화된 문장들이 묶여 뜨거운 감성 가득한 에세이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장애인으로서, 마사지사로서, 딸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크게 3부에 걸쳐 20여 편의 글로 담담하게 펼쳐낸다. "열 가구 집성촌에 더부살이"하듯 자라온 알싸한 어린 시절, "휴먼 다큐가 어울리지 않고 코믹 시트콤에 가까" 울 정도로 얼얼한 모녀간의 대화 그리고 마사지사로서 "누군가에게 고된 삶을 견뎌내게 할 의지"가 된 홧홧한 오늘날까지, 모든 이야기가 파편적이지 않고 하나의 줄기로 이어진다. 저자는 "내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시간의 점들을 모아 쓴 과거와 현재의 기록"이라고 했고, 출판사는 "저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불꽃을 여실이 지켜냈음을 보여준다"며 "삶은 저자에게 어둠을 주었지만 그는 어둠 속에서 불꽃을 쏘아올리며 기어코 삶을 축제로 만들어버린 셈"이라고 소개했다. 출판사는 또 "어둠 속을 당당히 춤추는" 이 책을 읽다보면 "인생이 쥐어주는 '지랄'에 맥없이 당하기보다 '누가 더 지랄맞나 한번 해보자'며 그에 맞먹을 정도로 북을 치고 꽹과리를 치고 싶어질 것"이라는 평을 더했다. 이병률 시인도 추천사에서 "이 책을 읽고 슬펐고 뜨거웠으며, 아리고 기운이 났다는 사실을", "그녀의 훤칠한 글 앞에서 내가 바짝 쫄았다는 사실"을 전한다. 2023년 샘터 문예공모전 생활수필 부문 대상을 받은 저자는 마지막 장 '비극으로 끝날 줄 알았지'에서 "처음으로 나를 위한 꽃다발을 받았다"는 시상식 때를 떠올린다. "아침부터 향기 있는 꽃을 찾아다닌 이의 마음이, 서프라이즈를 해주려 했던 이의 마음이, 가게 문을 닫고 휴가를 쓰고 내게 달려오겠다던 이들의 마음이 향기가 되어 내게로 흘러들었다"며 "움츠렸던 어깨가 펴지며 새로운 꿈과 함께 자신감이 피어났다"는 저자. "나의 새로운 장래희망은 한 떨기의 꽃"이라며 "세상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꽃송이가 되어 기뻐하는 이의 품에, 슬퍼하는 이의 가슴에 안겨 함께 흔들"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만6800원. 오은지기자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다음채널홈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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