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혼자가 낯설지 않은 시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이뤄지는 셋 이상의 식구를 더 이상 '일반적'이라고 할 수 없게 됐다. 가족 구조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을 넘어 더 작게 쪼개지고 있다. 제주에서도 혼자 사는 '1인가구'가 이미 전체 가구의 30% 이상을 넘어섰다.

핵가족 넘어 흔해진 '1인가구'
전국 비중 34.5%… 제주 33.4%
2050년 제주 가구원 수 '1.98명'
청년·중장년 1인가구 실태 조명
“문제 연결고리 끊을 대책 요구"

한라일보 '제주 1인가구 리포트'는 1인가구 안에서도 청년, 중장년층에 집중한다. 이들의 생활 실태를 들여다보며 현재의 지원 정책과 앞으로의 과제 등을 살필 예정이다. 1인가구를 문제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게 아닌, 혼자 살아도 문제가 없는 삶을 위한 고민이다. 혼자 사는 이들이 늘어나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더 나은 지역 공동체를 향한 걸음이기도 하다.

|제주 3가구 중 1가구 "혼자 산다"

1인가구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공통적으로 혼자 살며 생계를 잇는 가구를 가리킨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에는 '1명이 단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생활단위'로 정의돼 있으며, 통계청은 '혼자서 살림하는 가구'(1인이 독립적으로 취사, 취침 등의 생계를 유지하는 가구)를 1인가구로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 1인가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27.2%였던 우리나라 1인가구 비중은 2019년(30.2%) 30%대를 돌파한 데 이어 2022년 34.5%로 집계됐다. 최근 8년간 7%p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이는 같은 기간 3인가구(21.5%→19.2%)와 4인 이상 가구(25.2%→17.6%)의 비중이 모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2인가구 비중(26.1%→28.8%)은 1인가구와 마찬가지로 늘었지만, 증가세를 따지면 1인가구가 가장 앞서 있다. 이대로라면 약 30년 뒤인 2050년 국내 1인가구는 39.6%(통계청 장래가구추계)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제주에서도 1인가구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도내 1인가구는 2022년 기준 33.4%로, 전체 3가구 중 1가구꼴이다. 2050년이면 제주 1인가구 비중은 39.3%로 더 늘어나고, 가구원 수는 1.98명(2020년 평균 2.42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한 집마다 1명 또는 2명이 거주하는 게 보통의 모습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1인가구 정책, 세대 특성 반영을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정부는 물론 전국 지자체도 1인가구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동안 정책 대상 밖에 놓였던 1인가구를 끌어안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앞서 2018년 1월 건강가정기본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1인가구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제주자치도는 물론 대부분 지자체도 '1인가구 지원 조례' 등을 만들어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분명한 것은 1인가구라고 해서 모두가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도내 1인가구 절반 이상이 혼자 사는 삶에 '만족'(2023년 '제주도 1인가구 실태조사')할 만큼 삶의 만족도 역시 낮지 않다. 다만 혼자이기에 취약할 수 있는 건강, 경제 자립, 사회적 관계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게 강조되고 있다. 특히 '1인가구' 집단 내에서도 세대별로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맞춤형 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지역 1인가구 실태조사 및 지원계획 수립 용역'을 수행했던 제주연구원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 김은정 전문연구원은 "청년층은 취업이나 학업 등의 이유로, 중년층은 직장 문제나 이혼, 미혼 등의 이유로 원가족과 분리돼 사는 것처럼 세대별로 1인가구의 형성 원인이 다르고 이들의 욕구도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1인가구 집단 안에서도 이질성이 발견되기 때문에 청년, 중장년, 노년 등 대상별 특성을 반영해 1인가구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낀 세대' 중장년 1인가구 주목해야

제주지역의 경우 중장년 1인가구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는 중장년 1인가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데다가 중장년은 청년과 노년 사이, 소위 '낀 세대'로 현재 지원 정책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도내 1인가구 중 40~50대 가구의 비중은 37.2%로, 60대 이상(33.8%), 30대 이하(29%)보다 최대 8%p 넘게 높았다. 전국 17개 시·도의 40~50대 1인가구 비중과 비교했을 때도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에서 중장년 사이의 1인가구가 안은 문제 해결도 강조되고 있다.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서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은정 전문연구원은 "중장년은 만성질환과 같이 건강상 문제가 잘 발생할 수 있는 시기인데, 그때 대비하지 않으면 노년이 됐을 때 건강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문제를 가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게끔 연결고리를 끊어주는 지원 체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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