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한국에 비엔날레가 자리 잡은 지 30년을 맞이했다. 30년 전의 우리나라는 군부독재 치하에서 벗어나 이른바 문민정부를 탄생시켰다. 3당 합당이라는 정치적 야합에 따른 결과물이어서 정치적인 안정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어쨋든 절차적 민주화를 이룬 것이었으므로 김영삼정부는 정치군인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 등과 같은 개혁 조치를 거침없이 해나갔다. 이와 같은 사회 분위기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민중미술 15년전'과 같은 전시로도 나타났다.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 반전, 평화 등을 앞세웠던 민중미술운동의 성취를 대규모 기획전으로 정리한 이 전시는 군부독재정부와 차별화한 문민정부의 면모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민주주의 성취를 앞세워 새 판을 짜고 있던 한국사회의 변화는 미술영역에서 국제미술행사의 새 출발로도 나타났다. 돌이켜보면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전지구화의 거친 격랑을 앞둔 시기에 스스로 세계화를 내세우며 대책 없이 국제무대에 뛰어들었다가 IMF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는 점에서, 당시의 국제주의 열풍은 다소간 무모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 분야에서 나타난 국제화 또는 세계화 프로젝트들은 한국미술의 규모와 방법, 품격과 위치를 한 단계 상승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93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1993 휘트니비엔날레 서울'전은 회화와 조각 등 전통적인 장르에 머물러있던 한국미술계에 영상과 설치 등의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며 다문화주의 의제를 펼쳐 한국미술계에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흐름은 광주와 베니스에서 세계무대를 펼침으로써 더욱 가속화했다. 1995년에 창설한 광주비엔날레는 1980년 광주항쟁의 역사를 토대로 한국민주주의의 새 장을 연 광주시민의 항쟁 정신을 그 뿌리로 삼아 태동했다. 같은 해에 베니스비엔날레에는 마지막 파빌리온 국가관으로 한국관이 생겨 첫 전시를 열었다. 놀라운 것은 이 세 가지 사건 모두에 백남준이 중추 역할을 해주었다는 점이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역사를 갈무리하는 전시가 베니스에서 열렸다. '광주비엔날레 30주년 특별전: 마당-우리가 되는 곳'은 민주와 인권,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백남준의 '고인돌'을 비롯한 작품과 자료를 전시했으며, 특히 광주항쟁 당시 주먹밥 아줌마들이 사용했던 양푼을 출품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는 역대 한국관 출품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대규모 회고전이다. 한국말로 안내해 주는 이탈리아의 공항과 상점 현지인들을 접하며 30년 전 국제무대의 첫 발을 내딛던 이들의 심정을 헤아려보았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랑을 지나 세계무대에 자리 잡기 시작하던 30년 전의 대한민국의 선배님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 관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다음채널홈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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