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래오름, 다래도 없고 달 같지도 않아 [한라일보] 다래오름이 여럿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1148번지의 월라봉도 그중 하나다. 표고 200.7m, 자체높이 101m이다. 지역에서는 흔히 도레오름, 돌레오름이라고 부른다. 1709년에 편찬한 탐라지도를 비롯한 서책과 지도에는 월라악(月羅岳), 월내악(月乃岳), 월라악(月罖岳), 월라산(月羅山)으로 기록했다. 최근 지도에는 월라봉(月羅峰)으로 표기했다. 이 이름들은 현지 발음 그대로 부르는 도레오름과 이를 한자 차용한 월라악으로 나눌 수 있다. 발음을 고려하면 월라악(月羅岳), 월내악(月乃岳) 등은 도레오름(다래오름)을 어떻게든 차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도레'라는 말이 '달'(月)에서 온 것인지, 열매(다래)에서 온 것인지 특정할 수 있어야 이 한자 말도 풀이가 가능할 것이다. 과연 어떤 뜻으로 썼을까? 달(月)에서 온 것이라면 훈독자, 도레(열매)에서 온 것이라면 훈가자 차용방식이다. 박수기정은 위가 평평한 깎아지른 벼랑이라는 뜻이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 강물이 흐르듯 연중 흐르는 물, 다래오름의 특성 도레오름의 속성 중 두드러진 특징은 뭐니 뭐니해도 사시사철 풍부하게 흘러내리는 창고천이 휘감아 돈다는 점이다. 안덕계곡이라고도 한다. 이 계곡은 마치 강물이 흐르듯 연중 흐른다. 물이야말로 예나 지금이나 생명에 필수적인 요소다. 물은 돌(돌)이다. 토산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 감낭오름, 원물오름, 도두봉에서 알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도레오름 혹은 다래오름은 '돌오름'이다. '돌'을 개음절로 발음하면 '도래'가 된다. 개음절이란 언어학 용어의 하나다. 하나의 음절에 자음은 여러 개가 들어갈 수 있으나 모음의 경우는 딱 한 번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음절을 나눌 때 가장 기초가 되는 단위는 모음이다. 모음 하나에 전후 자음 몇 개가 포함되어 1음절을 이루게 된다. 이중 음절의 끝이 모음이면 개음절, 자음이면 폐음절이라고 한다. '썸씽'을 '사무싱구', '하십니까'를 '하시무니까'라고 하면 개음절이다. 사실 국어도 한자어를 제외하면 개음절이 훨씬 많다. 일본어는 거의 전부 개음절이다. 고구려어도 개음절이 훨씬 우세했다고 한다. 우리말과 친족어 중 하나인 퉁구스어에서는 폐음절을 아예 발음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돌오름'과 '다래오름'은 같은 말이다. 다래오름이란 물이 흐르는 오름이라는 뜻이다. 다래오름을 사시사철 강처럼 휘감아 흐르는 안덕계곡. 김찬수 '박수'와 '그정', 모두 벼랑을 의미, 아이누어에서 기원 우선 절벽을 '기정' 혹은 '그정'이라고 하는 제주어는 벼랑을 의미하는 아이누어 '그테'에서 기원한 말이다. 이 말은 점차 구개음화과정을 거쳐 '그제'로 되고 이게 변하여 '그정' 혹은 '기정'으로 굳어졌다. 일본어에는 '뒤집다'라는 뜻의 '구츠가에(くつがえ)'라는 말에 잔영이 남아 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지명이란 오랜 기간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면서 만들어진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분명한 근거 없이 설명하다간 이같이 엉뚱해지기 쉽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다음채널홈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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