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농부의 계절이다. 뜨거워지는 햇빛을 타고 흐르는 바람과 촉촉하게 내리는 보슬비로 마음은 조급하다. 겨우내 자란 잡풀을 없애고 비료를 뿌리며 밭 만들기에 나선다. 트랙터로 땅속을 헤집자 뭉쳤던 흙이 햇빛에 드러나 음이 양이 되고 양이 다시 음으로 변하며 순환된다. 미물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땅속에서 살던 지렁이와 굼벵이가 밖에서 꿈틀거리는 농지는 이랑과 고랑으로 나눠진다. 음과 양, 고랑과 이랑은 따로따로 구분된 것처럼 보이지만 통일체를 이룬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도 농사를 짓는 땅과 마찬가지여야 한다. 그러나 막상 우리 앞에 펼쳐지고 현실은 어떠한가. 출산율은 떨어져 앞으로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를 정도다. 이를 두고 외국의 어떤 이는 한국 사회가 마치 집단자살 사회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고 의견을 피력한 바도 있다. 20~30대 청년들은 제주도가 심혈을 기울여 유치했다는 대기업에 취직해 일하다가 본사 직원과의 임금 격차는 물론 업무의 불평등으로 모욕감을 느끼며 그만두고 있다. 제주를 이끌 청년들이 대도시로 떠나고 있다. 자연히 고령화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제주살이 열풍도 끝난 듯 증가하던 인구도 줄어들고 있다. 시중에는 돈이 돌지 않으면서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있고, 문 닫는 자영업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상가에는 점포임대라는 문구가 나붙은 지도 오래다.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 높은 주택가격, 치솟는 물가로 미래를 걱정할 여유가 없다.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을 통해 민간 우주산업을 육성하는 사업이나 하늘을 이동통로로 사용하는 미래 도시 교통체계를 전국 최초 관광형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상용화 기반 마련 사업 등도 중요하다. 그런데도 현재가 어려운 제주도민에게 큰 공감을 끌지 못하는 듯하다. 물론 미래산업은 우리의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에 반드시 준비하고 지금부터 착실하게 시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제주에서 현재 나타나는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제주에 들어와 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들에서 일하던 제주의 청년들이 그 회사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왜 떠날 수밖에 없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제주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제주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고, 결혼하더라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이미 제주도도 이미 잘 알고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식과 태도에 절박함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다른 지방, 중앙정부가 생각하지도 못하는 장기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제주도민이 피부로 느끼고 제주에 사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꿈은 허망한 것일까. <송창우 전 제주교통방송 사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