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靈), 일본어로 '타마(玉)'라 읽어, 우리말 돌과 관련 [한라일보] 서귀포시 상효동 산123번지다. 표고 277m, 자체높이 97m다. '효돈천을 예전에는 영천천(靈泉川) 또는 영천(靈川)이라 했으며, 오름 기슭에는 영천(靈泉)이라는 맑은 샘이 있고, 영천사(靈泉寺)라는 이름난 절이 있었는데, 이에 연유해 영천오름(靈泉岳)이라 불리고 있다'라고 설명한 책이 있다. 흔히 범하는 오류가 이런 절 이름에 유래한다는 것이다. 오름이 있고 절이 있는 것이지 절이 있고 오름이 있는 게 아니다. 영천오름 동쪽 효돈천 계곡에서 연중 샘이 솟는다. 오름 남쪽에서 두 계곡이 합류한다. 실낱같은 단서가 일본어에 남아있다. 영(靈)을 일본어에서 '레이(れい)' 혹은 '료우(りょう)'라고 읽는다. 문제는 '타마(たま)'라고도 읽는다는 점이다. 구슬(玉)이라는 뜻이다. 구슬이란 돌을 공처럼 가공한 것을 말한다. 한자를 읽는 방식이 일본어는 국어와 다르다. 우리는 한자를 읽을 때 음독만 한다. 예컨대 石을 '석'이라고 읽을 뿐 '돌'이라고 읽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어에선 石을 '슈쿠(しゃく)', '세키(せき)' 등으로 읽는다. 이처럼 한자를 읽을 때 음으로 읽는 경우를 음독(音讀)이라 한다. 그런데 이 글자를 '이시(いし)'라고 읽기도 한다. 원래 일본에 있던 고유어를 결부시켜 읽는 것이다. 이것을 훈독이라 한다. 이런 방식 때문에 훈독의 경우 일본 고유어가 잊히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삼국 시대엔 영(靈)을 '돌'이라 읽어 일본어에서 영(靈)과 옥(玉)을 똑같이 '타마'라고 읽는다니 신기한 일이다. 그렇다면 일본 고대인들은 영(靈)이라는 글자에 '돌'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거나 '돌'이라고 읽었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는 혼 또는 영의 어원을 '생물 속에 사는 정신작용을 지칭하는 것으로 본다'는 설명이 있다. 영천 상류에서 바라본 영천오름, 이 계곡은 오름의 서쪽으로 돌아 흐른다. 김찬수 고전에서는 1447년(세종 29)에 편찬한 석보상절에 '이 탑이 이셔 영(靈)한 이리 겨시니라'라는 구절이 처음이다. 1576년(선조 9년)에 나온 한자입문서인 신증유합에 '령할 령(靈)'으로 설명했다. 이후에도 대부분 '령하다'의 뜻으로 썼다. 순우리말이라고 할 만한 어휘는 나오지 않고 오늘에 이른다. 그렇다고 해서 '령하다', '신령한' 등의 뜻을 가진 우리말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전 회에서 봤듯이 삼국 시대엔 이 글자를 '달'이라 읽었다. 영암(靈巖)을 백제 때에는 '달나', 마령(馬靈)을 '마돌'이라 했으므로 삼국 시대엔 영(靈)을 '달'이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천오름, 샘물이 흐르는 오름 그렇다면 영천오름은 무슨 뜻일까?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영천천(靈泉川)이라는 지명이 나온다, 이후 영천(靈泉), 영천악(靈泉岳), 영천악(泉岳), 영천(泉), 영천악(川岳), 영천봉(永川峰), 영천악(靈川岳) 등 관련 지명들이 등장했다. 오늘날 지도에는 영천악(靈川岳)으로 표기하였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다음채널홈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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