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먼저 냇가들이 떠오르는 마을이다. 냇가가 없는 마을도 있는 반면 이 마을은 동쪽에서 서쪽까지 2km 정도 되는 지역에 하천이 4개나 있으니 놀랍다. 냇가들이 굽이치며 형성되는 참으로 독특한 마을 형세다. 원장천을 사이에 두고서 이호2동, 노형동과 경계를 이루고. 광령천을 사이에 두고서 애월읍 광령리, 외도1동과 경계를 이룬다. 하천을 지경의 기준으로 보면 원장천과 광령천 사이에 펼쳐진 마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남쪽은 월산마을과 해안마을이 있고, 북쪽으로는 이호동 현사마을과 외도1동, 외도2동, 내도동과 마주하고 있다. 주변 마을이 8곳이나 되는 마을도 흔치 않다. 마을 안을 동서로 3등분 지으며 흐르는 어시천과 도근천이 주변 나무 자원들을 끼고 있어서 친자연적인 생태자원을 보여준다. 대도시 인근에 이처럼 풍부한 하천생태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부가가치 높은 마을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행정적 장기 계획을 수립한다면 놀라운 혜택이 기다리고 있는 것. 옛 이름은 '벵듸'다. 넓은 평지에 형성된 마을이라는 의미. 한문으로 평대(坪代)라고 부르다가 구좌읍 평대리와 구분하기 위해서 도평대(都坪代)라고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代라는 글자를 생략해서 도평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상동, 하동과 함께 신산마을, 사라마을, 창오마을이 있다. 4·3 당시에 잃어버린 왯벵듸마을은 기억 속의 도평리로 남아있다. 마을 규모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4·3으로 당한 인명피해가 엄청난 마을이기도 하다. 사망자만 144명, 실종자까지 포함하여 180여 명에 이른다고 하니 1904년 삼군호구가간총책 기준으로 110호에 남자 200명 여자가 202명이라는 기록으로 볼 때, 마을 주민의 절반 가까이가 사망 또는 실종되었다는 의미다. 그 참혹한 기억을 가슴에 담고서 살아온 세월. 박재범 마을회장에게 도평리가 보유한 가장 큰 자긍심을 묻자 간명하게 대답했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마을입니다." 도평초등학교의 교육환경과 질적 수준을 여과 없이 설명하였다. 젊은 부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에 1996 년경에 학생 수 100명 미만이었던 분교가 지금은 400명이 되었으니 괄목할만한 성장이란 이런 것을 이르는 단어. 여기에는 마을 주민들이 교육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전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교육을 정신문화의 중심에 두고 있는 마을공동체이기에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 지를 아이들의 맑은 눈빛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리라. 안타까운 현실도 있었다. 도평초등학교 서쪽 창오교와 인접한 하천 공터를 활용할 수 없어서 마을회가 계획하고 구상하는 사업들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래 하천 형태를 정비하면서 매립한 위에 귀한 공간이 형성되었지만 하천부지라는 이유로 행정에서는 어떠한 공익적 사업도 불가하다는 입장. 전국에서 하천 부지를 활용한 다양한 성공모델들이 엄연하게 있음에도 마을 주민들의 진취적인 활용방안에 발목을 잡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생태하천을 많이 보유한 마을 특성을 살려서 더욱 효과적인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할 당사자가 행정 당국이라는 사실이다. <시각예술가> 솟을대문의 자존심 <연필소묘 79cm×35cm> 관찰에서 오는 감동적인 사실은 집담이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오랜 옛날에 집을 지어 담을 쌓으면서 인근 냇가의 돌들을 달구지에 싣고 와서 재료로 사용했다는 입증 근거가 포자들이 꽃처럼 피어 있어서 확인되는 것이다. 돌조형물과 관련된 작업을 20년 가까이 한 필자의 눈에 더욱 놀라운 것은 저 둥근 돌들을 가지고 담을 쌓을 수 있는 석공이 과연 '지금 존재하느냐?' 하는 의문점이다. 어떤 의미에서 문화재적 가치를 느끼며 그리게 된 것이다. 무심코 지나가는 돌담과 소박한 솟을대문을 통하여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와 자존심을 되찾으려 하였다. 도평리 가슴속 두 개의 가치를 느끼며. 도평마을의 한라산 <수채화 79cm×35cm>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다음채널홈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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