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난 4월에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 보게 된 전래 구전 인형극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고자 한다. 일본어로 '분라쿠(文樂)'라고 하는 이 전통공연예술은 2008년에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만큼 인류구전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국립분라쿠극장 1층에는 분라쿠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실이 있다. 오로지 이 인형극 하나를 위해 만들어진 국립극장이라는 사실에 2층에 있는 공연장을 꼼꼼하게 관찰했다. 오사카의 국립분라쿠극장이 상설공연장이고 도쿄의 국립극장에서도 정기적으로 공연하고 있다. 몇몇 일본 여성들은 기모노를 입고 와서 그들의 전통예술을 음미했고 서양인 관광객들은 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두 시간이 넘는 공연을 차분하게 감상했다. 필자는 동행한 제주의 연극인 부부와 함께 영어 오디오 설명을 들으며 감상했다. 극장 직원이 외국인 관객들에게 공연에 대한 설문조사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공연 후 영어 자막이 있는 분라쿠 DVD를 구입하는 중에 필자가 감상한 공연을 프랑스어로 설명한 자료가 눈에 띄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외국어도 아닌 프랑스어 설명 자료를 특별히 마련한 이유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외국 현지의 전통문화와 예술을 경험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여행의 기쁨과 추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문화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것을 즐기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리고 나에게 익숙한 것들과는 왜 다른지 분석하는 유익한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만일 제주에 만들어져 있다면 지역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훌륭한 경험의 기회가 될 수 있을 아이템을 발견하기도 한다. 분라쿠 상설공연장을 그것도 국립극장으로 설치해서 전통예술의 가치를 알리고 전승하는 정책은 배울만하다. 국립극장이라는 하드웨어를 갖추어 놓고 분라쿠가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면서 문화예술관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현장을 목격하면서 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 프로그램을 즐기기 위해 비싼 관람료를 기꺼이 지불한다. 제주의 전통예술을 상설로 공연할 수 있는 정책은 언제나 가능할까. 도립상설공연장에서 지역 전통문화의 가치를 도민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제주 전통문화와 예술을 세계적 브랜드로 우뚝 서게 만들고 싶다면 제주도의 정책이 환골탈태해야 한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선진 문화정책을 견학하고 벤치마킹한다고 하지만 무엇이 달라졌는가. 반성이 필요하다. 남의 것을 보고 왔으면 제주도 문화예술 현장에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도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어 획기적인 정책을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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