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공연장에 자주 가지 못해도 문화복지포인트가 있으면 다들 쓰겠다고 했어요. 원하는 청년들에게 모두 기회가 돌아가지 않아 아쉬워요." 서귀포 도심에 일터를 둔 한 청년의 말이다. 지난달 22일 접수에 나선 지 2시간여 만에 마감된 제주청년문화복지포인트는 제주도가 19~39세 청년 1만 명에게 4만원씩 지역화폐인 탐나는전 포인트로 공연 관람, 도서 구입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됐다. 제주 청년정책 참여율이 5%대여서 제주 청년 인구(16만여명)의 5%(8000명)에 신규 사업임을 고려해 2000명을 더하는 방식으로 대상 인원을 정했다. 소득 수준 등 조건을 따지지 않고 선착순으로 현금성 지원 신청을 받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접수 기간도 당초 한 달간 뒀다. 3년 주기로 작성되는 제주도 청년통계(2022년)를 보면 문화·여가 생활에 만족하는 청년은 28.2%로 3년 전보다 11.5%p 감소했다. 불만족 사유로는 여가 인프라 부족(60.0%), 정보·프로그램 부재(17.6%), 경제적 부담(17.4%) 순이었다. 문화·여가활동을 즐기려는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복수 응답)으로는 다양한 문화예술·취미 생활 프로그램 개설(63.6%)에 이어 문화·여가 활동 비용 지원(44.1%)이라는 답이 많았다. 이를 참고하면 제주도 주민참여예산 한시 지원 사업으로 4억을 들여 첫발을 디딘 문화복지포인트는 청년들의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책 설계가 촘촘하지 못하면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 서울을 시작으로 '문화패스' 명칭 등으로 청년들에게 문화복지비를 지원하는 국내 지자체가 늘고 있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올해 19세 청년 대상 시범 사업으로 청년문화예술패스를 도입해 순수 예술 분야 관람료 15만원(지방비 5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제주 배정 인원은 도내 19세 인구의 35%가 넘는 2374명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추경에 1억1870만원을 확보했다. 다만 제주 공공 공연장, 미술관 등에서 해당 문화패스 사용이 어렵고 서울에 가서 공연을 보려면 항공료가 더 먹히는 탓인지 6월 7일 현재 발급률은 48.2%로 절반을 못 넘겼다. 문화복지비가 효과를 얻고 지속되려면 지역 특성을 살펴야 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있는 3개 문예회관 이용자 중에서 유료 관객률(문체부의 '2023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은 14.28%로 전국 문예회관 평균(40.15%)은 물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평균(28.38%)보다도 낮다. 문화복지포인트를 받은 청년들이 보고 싶은 유료 공연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7월부터 문화복지포인트를 쓸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포인트 결제로 도서 구입이 가능해 특정 분야에 사용처가 쏠릴 수 있다. 제주도는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라는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청년문화복지포인트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참에 관람료를 내서 문화시설로 향하는 제주 청년들이 증가하고 창작 현장에서는 젊은 관객들의 발길을 모을 작품 개발로 이어지도록 포인트 지급 이후 한층 세심한 정책이 요구된다. <진선희 제2사회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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