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치유의 숲 비자림을 품은 돝오름에서 북동쪽으로 길게 뻗은 마을이다. 언제나 평온한 느낌을 주는 것은 둔지봉을 청룡으로 하고, 다랑쉬오름을 백호로 호위를 받는 지세를 지녔으니 그러하다. 산 아래서 좋은 숲을 만나고 이어지는 밭들의 음성을 들으며 바다로 향하는 평대리. 구좌읍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당연하게 교통의 요지가 된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쪽은 세화리와 서쪽은 한동리 인가와 인접해 있으며 남쪽은 돝오름을 경계로 송당리와 닿아 있다. 세 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동동과 중동, 서동이다. 모두가 평화로운 농경지를 생존의 기반으로 성장했다. 설촌의 역사 속에는 평대리라고 하는 지명의 연원이 상세하게 전해지고 있다. 처음 마을이 태동된 것은 비자림 인근 검서굴왓이라는 평지에 모여 살다가 차츰 바닷가 쪽으로 이동해 지금의 정주형태를 지니게 된 것이라고 한다. '벵디'라고 하는 드넓은 버덩이 연이어 펼쳐지는 평탄한 지대를 이르는 곳이라는 뜻에서 마을 이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벵디를 한자로 표기하면서 어딘가 뜻이 통하는 이름이 평대(坪岱)가 된 것. 지명 중에 검서굴왓 인근에 몰고랑터가 두 곳이나 있는 것으로 미루어 촌락이 크게 형성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남일 이장 마을 안길을 걷다보면 가장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것이 최고의 당근마을이라는 것을 알리는 벽화들이다. 40년 가까이 당근 주산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이유와 자부심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세월 무분별한 당근 수입으로 타격을 입으면서도 꿋꿋하게 전국적 당근브랜드 가치를 이룩한 마을공동체의 뚝심에 존경심이 우러난다. 이남일 이장에게 평대리가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자긍심을 묻자 간명하게 대답했다. "역지사지 하는 이해심입니다." 마을공동체 발전의 원동력은 주민들이 서로의 입장이 돼서 이해를 해주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그러한 품성이 어찌 생각하면 평대리의 가장 큰 자산이기에 불화나 분란이 없이 서로 협력해야 할 것을 먼저 찾게 된다는 설명. 마을 주민 모두가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업이 있다. 옆 마을 한동리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해양풍력발전사업이다. 민관공동 노력으로 작년 말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실질적인 공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는 현실이다. 마을 어르신들 또한 리사무소에 들르면 항상 물어보는 것이 "해상풍력 공사는 한다고 하면서 왜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느냐?"고 한다고. 평생 농사라고 하는 육체노동을 하며 살아온 분들이니 뭔가 사람과 기계의 움직임이 보여야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게 되니 그 답답함이 오죽하겠는가? 행정당국의 각 파트에서 이 사업과 관련하여 자기네 분야의 입장을 강조하면서 책상 위에서만 맴도는 사업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는 지 이를 조율하고, 추진력을 확보하도록 해야 할 상급기관에서 행정논리만 들먹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천력 중심으로 살아온 주민들은 마음이 급하다. <시각예술가> 좁고 긴 올레의 아침햇살 <수채화 79cm×35cm> 해를 등 뒤에 두고서 그리는 그림은 공간감을 얻기에 무척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을 그리지 않으면 길에 쏟아지는 밝은 희망을 그릴 수가 없어서 그린 것이다. 돌의 무게와 빛의 가벼움이 극렬하게 만나는 상황에서 유월의 초록이 두 진영의 싸움을 말리는 형국이다. 빛과 그림자가 원근감 속에서 상보적으로 모두를 살려내는 상생의 공간이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의 길을 그리려 마음을 먹은 것이다. 무욕의 세월을, 농심의 희망을 아침 햇살에 담았다. 근심거리만 없어도 부족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사람들의 아침을 풍성한 공간감으로 확인하고자 했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농경지도 중요했겠지만 소박한 이 길을 물려주며 어딘가 모를 안도감을 지녔을 그 분들을 생각하며 광선 하나 하나에 명암을 넣었다. 색은 빛의 산물이니 덩달아 춤을 추고. 마음은 더 밝다. 한라산이 품은 아이 <수채화 79cm×35cm>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다음채널홈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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