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배경으로 드넓은 목장에서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정겨운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승국 시인 산맥처럼 펼쳐진 오름들 한눈에 꿀풀 가락지나물 등 야생화 즐비 천개의 꼬리 달린 천미천도 탐방 [한라일보] 유월 첫날이다. 푸르른 숲의 향기가 수채화 그림처럼, 다시 만나 부르는 친구의 노래처럼, 미치도록 우리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 신록의 계절이다. 부소오름의 국유임도는 정비가 잘 돼 있었고, 길가에는 한창 꽃을 피운 때죽나무와 비목이 살랑이며 우리를 반겼다. 또한 잎새 밑에 박쥐처럼 매달려 꽃을 피운 박쥐나무가 수줍게 인사한다. '새몰매'라는 아름다운 지명을 겸비한 부소오름은 바로 북쪽에 붙어있는 부대오름과 대비돼 불려진 형제지간의 오름이다. 새몰매는 새끼말들을 길들이는 산이라는 점에서 이 일대가 예로부터 목축의 중심지였음을 알 수 있다. 가락지나물 수염가래 삼나무숲길을 치고 오른다.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다보니 간벌을 한 모양이다. 간벌은 열을 맞춰 자르는게 원칙이다. 우리가 걷는 5개의 오름 하단 사면에는 1970년대 산림녹화 사업으로 심은 삼나무가 50년생이 되면서 오름을 장악했다. 삼나무는 다른 식물과의 공존을 허용하지 않아, 나무 밑에는 일부 양치식물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삼나무 무용론을 설파하나 보다. 힘들게 오름 등성이를 오르다 보니 제주 휘파람새의 독특한 소리와 뻐꾹새 소리에 맞춰 어린시절 부르던 "듬뿍듬뿍 듬뿍새" 오빠생각 노래가 들려온다. 그렇다. 숲은 인간에게 태초의 고향이기에 옛사랑의 추억처럼 지난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숲이 인간에게 주는 치유의 선물이다. 애기풀 옥잠난초 윤노리나무 선흘 민오름을 향해 다시 걷는다. 푸른 목초지대 뒤쪽으로 부대오름 분화구 뒤쪽 사면이 선명하게 보인다. 초원 주변에는 듬성듬성 오래된 무덤과 땅에 붙어 꽃을 피운 꿀풀, 석송, 제비, 가락지나물, 엉겅퀴 등의 야생화가 소담하게 피어있다. 4부 능선까지 조림된 삼나무숲을 지나 가파른 경사의 난코스를 힘들게 올라 민오름 정상에 섰다. 조천에서 성산으로 이어지는 오름들의 풍광은 지리산맥처럼 웅장하게 다가왔다. 줄딸기 박쥐나무 오승국 시인 <제주작가회의 회장> 미래로 도로변 종착점에 도착했다. 서로의 피로를 위로하며 마지막 종을 울렸다. 오승국 시인 <제주작가회의 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다음채널홈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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