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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우의 한라칼럼] 시간은 교만을 경고한다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입력 : 2024. 06.25. 00:01:00
[한라일보] 이달이 시작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았을 때, 밭에 있는 농막 앞에 활짝 핀 붉은 장미꽃을 바라보았다. 화려하고 탐스러운 꽃 옆에는 봉오리들이 꽃을 피울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들과 함께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떨어져 꽃받침만 겨우 매달아 꽃의 일생을 마친 것도 보였다. 평소엔 꽃만 보았던 농부가 장미를 자세하게 살펴본 것은 지인이 보내준 글 때문이었다. 지인의 글은 이랬다.

'한여름의 잡초는 꾹꾹 발로 밟아주지 않으면 순식간에 웃자라는 것처럼 사람의 교만도 같다. 이러한 교만은 악의 뿌리이고, 패망의 앞잡이여서 역사는 이를 경계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것이다. 고대 로마에서 승리는 쟁취한 장군이 개선 행진을 할 때 시민들이 나와 그에게 환호를 보낸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하얀 말 네 마리가 이끄는 전차에 탄 개선장군과 그의 병사들이 시내를 퍼레이드하는 가운데, 공중으로 떨어지는 갖가지 꽃들과 이를 축하하는 함성이 뒤범벅됐다. 이런 대접을 받는 장군은 마치 세상을 모두 움켜쥐고 신이라도 된 듯한 감동에 취할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영원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는 이 장군의 마차에는 비천한 노예가 함께 탄다. 이 노예가 하는 일은 시민들의 함성에 파묻힌 개선 행진이 끝날 때까지 장군 귀에 대고 메멘토 모리(그대도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죽어라 계속 외쳐대는 것이었다.

"장군! 지금 환대하는 군중 앞에서 웅대한 마차를 타고 신이 된 듯 우쭐대고 있지만 장군 옆에서 외쳐대는 이 비천한 노예와 다를 바 없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보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고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花無十日紅 權不十年)는 말과 함께.

이처럼 인간의 교만을 경계하는 말들이 요즘 들어 더욱 크게 들리고 크게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앞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살에 휩쓸려 청년 해병이 귀중한 생명을 잃은 사건이 1년 가까이 되어가는데도 그 원인을 지금까지 밝히지 못하고 있고, 환자들은 의사가 없어 신음하고,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고 있다. 잘 사는 사람은 더욱 잘 살고 서민들은 더욱 힘들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국가는 어디 있는가. 우쭐대고 으스대고 있는 권력은 뭘 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가가 이렇다고 해도 제주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부터 명쾌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고, 덥고 짜증 나는 날씨가 이어진다고 한들 언젠가는 비가 쏟아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을 지나 겨울은 온다. 지난 일 년을 기억하면 마치 화살처럼 지나지 않았는가.

기억하시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송창우 전 제주교통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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