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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해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는 기후 변화 속에서 올리브빛 꿈, 꾸어도 좋겠나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입력 : 2024. 07.02. 22:00:00
[한라일보] 며칠 전 필자는 하귀농업협동조합에서 매년 개최하는 농업성공대학에서 '환상의 숲' 곶자왈과 '제주 올리브 스탠다드' 농장 견학을 하게 됐다. 조합은 새내기 농업인을 1차 산업에 머물지 않고 6차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미래의 제주형 농업의 현장 속으로 이끌었다.

'환상의 숲'은 생명력은 있으나 경제성이 없어 못 쓰는 땅인 곶자왈을 활용해 단순 체험 관광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자생하는 석창포를 재배하고 가공해 족욕 카페를 운영하고 더 큰 사업처와 손을 잡아 새롭게 각광받는 제주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았다. '제주 올리브 스탠다드' 에서도 올리브오일 등 단순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올리브를 매개로 한 체험형 관광농장으로 올리브 역사와 문화 소개는 물론 소규모의 올리브 가공 및 유통까지 '농촌 융·복합산업'의 신박한 운영을 위해 갓 40대의 경영인이 부지런히 발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농업을 1차 산업으로만 인식하는 편견을 바꿔놓으려는 조합 측의 진행 의도는 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아직 섣부른 감이 있지만 올리브를 감귤 대체 작물로 본다는 이곳 대표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 때문이기도 했다.

느낌만으로도 이국적인 올리브 초록이 하늘거리는 제주의 농촌이 휴식과 건강과 부(富)의 창출이라는 생명력을 함의하기에 충분했다. 순간 온난화의 열병을 앓고 있는 이 지상에서도 감히 새로운 '종의 다양성'을 꿈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1차 산업의 생산성만으로 보는 제주의 올리브 농사는 갈 길이 한참 멀었다. 올리브는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제주의 토질과 기후에 잘 적응하지 못해 오일 생산이 열매의 8%대로 극히 저조하며, 밀식재배가 어려워 넓이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 하여 조경용 묘목이나, 절임용 열매, 잎 차 등을 가공해 소규모 유통 판매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어떤 농가는 경험과 기술 부족으로 나무들이 원인도 모른 채 죽어가는 것을 눈 뜨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실 또한 있었다.

하지만 올리브를 혹한기에도 월동할 수 있는, 햇빛 드세고, 거칠고 비탈져 쓸모없는 여분의 자갈땅에, 별다른 시설 투자 없이 생산비도 적게 드는 6차 산업용 작물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농사라는 자연과학에 인문의 옷을 입혀 교육하고 경영하는 사업이니 또 다른 통합적 시각에서 봐야 함은 물론이다. 1차 산업은 무릇 하늘이 도와야 되는 일이라 사람의 정신승리법만으로는 무척 어렵다. 그러나 6차 산업은 사람이 하는 데 따라 그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 사람 농사에 더 가깝다. 문화 관광 조성사업에 더 가깝다. 어떤 농사인들 실패해 보지 않고 성공한 적이 있던가.

그러므로 지금 불어닥치는 복합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열린 도정과 농협은 소규모 특수작물 재배 농가에 오로지 최선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6차 산업 발판을 위한 여러 분야의 과감한 투자와 아낌없는 지원을 우선 선행해야 할 것이다. <고나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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