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소상공인, 자영업자 어려움을 고려해 규제를 없앤다. 이 브리핑 자료에 환경부가 고민해야 하는 자원순환, 탄소중립, 기후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저는 중기부(중소벤처기업부)에서 나온 브리핑인 줄 알았다. 배신감과 참담함을 느낀다" 지난해 11월 22일 열린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한 초선의원은 환경부장관 면전 앞에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브리핑을 했을 때, 주로 사용한 단어를 열거하며 '환경부 스럽지 않다'고 비판한 것인데, 환경부로선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었다. 환경부는 규제 부처다. 환경 법안 대부분은 환경 보호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규제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이런 각종 규제 정책을 만들고 운용하는 부처가 환경부다. 그게 환경부의 존재 이유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어려움을 무시하자는 소리가 아니다. 정부 각 부처별로 그 기능과 역할이 있고 그걸 잊어선 안된다는 소리다. 최근 한림해상풍력발전사업의 절대보전지역 훼손 논란을 보며 나는 제주도 환경 부서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한다. 풍력발전 사업자는 절대보전지역 1331㎡를 개발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이보다 250여㎡가 넓은 지역에서 무단 공사를 했다. 절대보전지역은 환경 가치가 매우 높아 제주특별법에 따라 '절대 보전' 해야 하는 곳이다. 공기업 주도로 진행하는 풍력발전 사업이어서 그나마 법에 나온 예외 조건에 해당해 1300여㎡라도 개발할 수 있었지, 일반인이었다면 개발할 엄두도 못내는 곳이다. 그러나 풍력 발전 사업자는 이런 지역 일부를 허가 없이 개발해놓고선 원상 복구하기는 커녕, 무단 훼손한 지역도 개발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이른바 '사후 허가'를 신청했다. 이미 물이 엎질러졌으니 과거 잘못은 덮어두자는 말인가. 반성의 기미라곤 찾아볼 수 없다. 시 환경부서는 어떠한가. 풍력 사업자를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놓고선, 정작 사후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불법 시설을 합법 시설로 둔갑시켜준 것이다. 시 환경부서는 철거 명령을 내리지 않고 왜 사후 허가를 내줬냐는 질문에 "절대보전지역 훼손시 원상회복을 명령하는 규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돼 그전에 발생한 풍력 사업자의 위법 행위에 대해선 적용할 수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환경부서 스럽지 못한 소리다. 법상 한계로 철거명령을 할 수 없는 것과 불법 시설을 합법 시설로 탈바꿈 해준 것은 엄연히 본질이 다르다.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면 절대보전지역 무단 훼손 시설은 사용할 수 없고 전체 풍력발전사업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불법 시설 하나 때문에 6000억원짜리 전체 사업에 차질을 빚으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환경부서가 고민할 것이 아니다. 공공사업이든 사업비가 몇 천억원이든 절대보전지역을 관리하는 시 환경부서라면 보전지역 훼손 행위에 대해선 한치의 물러섬도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게 환경부서 스러운 모습이다. 왜 환경부서가 절대보전지역 관리 업무를 맡았는지 지금이라도 그 이유를 되묻기 바란다. <이상민 행정사회부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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