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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의 간극 이겨낸 흔적... 제주 여성작가들의 '숨비소리'
신성여고 미술동문 에뜨왈 서울 제주갤러리서 단체전
이달 24일 개막 8월 5일까지... 40여 년 발자취 선봬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24. 07.17. 19:18:46

현혜정 작 '또 다른 세상-Neverland'

[한라일보] 신성여자고등학교 미술동문으로 구성된 '에뜨왈'이 40여 년의 발자취를 서울에서 꺼내 보인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제주갤러리의 올해 공모에 선정돼 오는 24일부터 펼쳐보이는 마흔두 번째 단체전 '에뜨왈의 숨비소리'를 통해서다.

에뜨왈은 1981년 신성여고 미술반을 졸업했던 꿈 많던 여학생들이 만든 제주여성미술그룹이다. 졸업 후에도 매년 1월 23일 오후 4시 중앙성당 벤치에서 만나자고 했던 소녀들의 약속은 딱 1년이 지난 1982년 1월 23일 오후 4시 에뜨왈 창립전이 됐다. 그렇게 40여 년의 세월 정기전을 이어오는 사이 회원들은 대부분 제주의 중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 최초의 여성미술 단체로, 여성 미술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기획으로 도내 최장수 동인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에뜨왈은 모교인 '신성(新星)'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으로, '새벽에 뜬 별'이라는 의미다.

강술생 작 '콩 한되'

고민경 작 '흐르는 것'

'에뜨왈의 숨비소리'는 40여 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에뜨왈의 여정을 되짚어 보는 전시다. 제주 해녀들이 물질을 하며 수면 위로 떠올라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뱉을 때 내는 휘파람 같은 소리 '숨비소리'는 생계를 위해 숨이 한계에 다다르기까지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작가들은 이번 전시에서 숨비소리처럼, 가슴 속에 담겨있는 수많은 기억과 감정의 편린들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선택해 에너지를 쏟아내는 작업을 한 곳에 모았다.

A전시관엔 미래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현재 작품이, B전시관엔 '여성의 삶'과 '제주 이야기'를 주제로 참여작가 13명(강술생, 고경희, 고민경, 김성희, 김연숙, 김진희, 백희삼, 양은주, 이수진, 조이영, 현경희, 현혜정, 홍진숙)의 과거 작품 등 약 60여 점이 내걸린다. 에뜨왈의 발자취를 내보이는 아카이브관(C전시장)도 꾸렸다.

작가들은 "문화 불모지와 같던 제주에서, 여성 작가로서 스스로를 증명해 내야 했던 우리에게 '에뜨왈'은 불턱(돌담을 쌓아 바람을 막고 노출을 피하기 위해 만든 곳)과도 같은 안식처였다"며 "이번 전시가 제주 여성 작가들의 숨비소리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 평론을 맡은 양은희 미술 평론가는 "이번 전시는 여러모로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며 "무엇보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작가들이 소녀에서 장년으로 변모한 삶과 예술의 여정, 꿈과 현실의 간극을 이겨낸 흔적이 주는 울림"이라고 했다.

전시기간은 8월 5일까지다. 관람료는 무료다.

김진희 작 'Metamorphsis-날아오르기'

백희삼 작 '地實꽃I'

조이영 작 '세 번의 물을 지나는 할락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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