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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혜의 편집국 25시] 결혼 위험국에서 결혼할 결심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4. 07.17. 23:30:00
[한라일보] 결혼식을 준비하며 지난 6개월 간 수없이 듣던 말을 간추리면 ▷준비는 잘 되어가냐 ▷인생에 한 번뿐인 날 ▷뿌린 게 얼만데 ▷자녀 계획은 ▷집은 어디로 구했냐 등으로 압축된다.

결혼식에 이르기까지 '인생에 한 번뿐인 날'이라는 말이 늘 함께했다. 문제는 한 단계를 밟아나가기 위해선 심장이 아픈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결혼을 기피하는 요즘 시대에 결혼식의 의미는 더더욱 순수한 결합과 축하의 과정에 가까워져야만 하는데, '한 번뿐인 날'로 포장되는 것들이 우리에겐 불필요한 지출의 결정체로만 느껴졌다. 심지어는 우리가 결혼을 하기 위해 결혼식을 해야만 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러다 이 고민은 '뿌린 게 얼만데'라는 생각과 맞닿았다. 우리의 부모님들이 지난 30여 년 간 널리 베풀어 오신 씀씀이를 헤아려야 했기 때문이다. 규율과 체면에 휩쓸리지 말자며 "우리는 남들처럼 하지 말자"라던 다짐은 "그래도 남들 하는 만큼은 하자"로 합의를 보게 됐다.

청첩장을 돌리면서는 "아이는 몇 명이나? 왜? 나중에 후회할걸?"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나는 비혼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결혼한 내 삶이 각종 속박에 매여 불편할 것이 분명하다'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 제도 속에서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하며 누군가는 밥을 하고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것들 말이다. 결혼은 일생 최대의 결심이고, 근본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오로지 두 사람의 관계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집중할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가족'을 포기한 건 아니다. 내가 원하는 대상과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유대를 원할 뿐이다. 가족을 원한다면 누구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고민하고 선택할 권한은 당사자들에게 있다. 삶의 형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우리 두 청춘에게 계속해서 '이런 게 싫으면 결혼은 왜 했느냐'라고 되묻는 사회라면, 결혼을 숙고하는 수많은 청춘들에게 한국은 결혼하기 꽤나 위험한 국가가 맞다. <강다혜 교육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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