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월급과 애들 성적을 빼놓고 안 오른 게 없다’는 말에 요즘 격하게 공감한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제주도민과 관광객은 지갑을 닫고, 도내 업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어가고 있다. 최근 잇달아 발표되는 제주의 경제지표는 '암울', 그 자체다. 최근 4년간 제주지역에서 경영난 등으로 폐업한 소상공업체는 2020년 618곳, 2021년 723곳, 2022년 965곳, 2023년 1706곳으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라는 길고 어두웠던 터널을 잘 견디며 빠져나왔으나, 최근 고금리에 소비부진으로 생사의 기로에 맞닿아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5월중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도내 예금은행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86%로 전국 평균(0.51%)을 웃돌며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높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과 은행권 대출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돈벌이는 고사하고 빚만 늘며 소상공인과 서민가계를 옥죄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6월 제주 주요 소비동향 분석'에서도 소비 부진은 확연하다. 제주도민과 관광객의 카드이용금액이 딱 1년 전보다 10% 이상 줄었다. 내국인 관광객은 줄고 외국인 관광객은 늘었으나, '알뜰 관광'에 나서며 정작 침체된 제주경제에 활력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최근 '비계 삼겹살'에 '해수욕장 평상 갑질', '용두암 좌판 해산물 바가지요금'까지, 제주관광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잇따랐다.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코로나 때보다 더한 혹독한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아주 극히 일부의 몰상식한 행태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사법 조치까지 이뤄지고 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행정에서도 대대적인 제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골목상권 이용 확대 등 각종 지원은 물론 소비 촉진에 나서고 있다. 또한 제주관광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제주관광불편신고센터를 개소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제주도의회도 제주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의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종합대책에 따른 지원 방안 마련 등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발굴에 나서며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제주도민의 피부에는 아직 와 닿지 않는다. 최근 도의회 차원의 현장간담회에서 제주시 원도심 상인들은 "먹고 쉴 곳이 없는데 손님이 오겠나"라고 하소연한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에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지원 정책으로는 경제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가시 돋친 의견이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주요 소비층인 공무원 개개인이 스스로 소비 진작에 먼저 나서보라. 요즘 현실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현진건이 쓴 소설 '술 권하는 사회'의 배경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뭔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절박한 환경 속에 현실의 삶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제주 행정과 정가는 이 소설의 주인공, 인텔리의 말의 의미를 잘 새겨들어야 한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백금탁 정치부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