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루하던 장마가 끝나고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다. 얼마 전, 지인을 만나기 위해서 오랜만에 커피숍을 찾았다. 주중 오전인데도 커피숍 안은 빈자리가 쉽게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카페 안에 짜증 섞인 어린아이 소리가 제법 오랫동안 들렸다. 날씨도 덥고 하니 엄마,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커피숍 나들이를 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해후상봉(邂逅相逢)한 터라, 그간의 회포(懷抱)를 푸느라 여념(餘念)이 없었다. 커피숍 안은 누구랄 것도 없이 저마다 만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느라 시끌벅적했다. 아이가 좀 큰소리로 짜증을 부려도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이 흘끔 그 테이블을 바라보는 정도였으니. 그때였다. 칭얼대는 아이를 향해 엄마가 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지금, 그렇게 하는 마음이 어떤 기분인지, 그 느낌을 한 번 느껴봐." 요즘 워낙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양육방식에 초점을 맞춘 시대라고는 하지만,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큰소리로 짜증을 부리면 장소에서의 예절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그런 후, 왜 무엇 때문에 짜증을 부리는지 물어보는 순서가 맞다. 그래야, 남을 위한 배려를 알고, 타인에게 혹은 자신에게 객관적인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네 감정이 어떤 건지 느껴보라고 한다면 자칫 아이는 제 감정만 중요하다고 내세울 것 아닌가 하는 염려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한창 소그룹 활동과 어린 사람들의 세상(학교나, 친구관계)에서 사회생활을 익힐 나이인데 말이다. 어릴 때, 배우고 익히는 예절과 정서적 교감과 소통은 성장하면서 타인과 교류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커피숍을 나서고 집에 돌아오면서 문득, 중국의 조주스님의 유명한 일화(逸話) 떠올랐다. 조주스님은 (趙州從諶, 778~897)은 중국 당나라 산동성(山東省) 임치현(臨淄縣)에서 태어난 선승이고, 마조도일에서 이어지는 남전보원(또는 남천보원)의 제자이다. 평생 검소한 생활을 하고, 시주를 해라고 권하지 않아서 오래된 부처(고불)라는 칭송을 받았다. 120세에 입적을 했으며, 특히 화두를 많이 남겨 '벽암록'에 전하는 100개의 화두 중 12개가 조주의 것이다. '끽다거(喫茶去) 하라' '뜰 앞의 잣나무''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다(無자 화두로 유명하다)'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면 될 일을 이렇게 분별심을 내어 염려하는 나를 되돌아보며,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머리에 이고 스승 남천선사를 떠난 조주선승의 뒷그림자를 밟아본다.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은 우주를 키우는 일이다. 그리 호락호락할 일은 절대 아니다! <장수명 동화작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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