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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주 계속되는 가마솥 더위에 속타는 당근 재배농가
40~50% 파종 마쳤지만 폭염에 일부서 발아 안돼
올해 재해보험 가입 '50% 출현율'로 변경 보상도 막혀
현장에선 "농작물재해보험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24. 08.06. 18:06:15

7월 23일 파종해 발아 시기가 지난 당근밭을 6일 파보니 씨앗이 발아하지 못하고 폭염으로 말라버리는 것이 확인됐다.

[한라일보] 제주시 구좌읍 등 동부지역이 주산지인 당근이 한창 파종시기를 맞았지만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발아율이 떨어져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부터 당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기준이 달라져 출현율(발아 후 지표면 위로 싹이 올라와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비율) 50% 이상이 확인돼야 보험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발아하지 않은 농가에선 재해보험 가입이 안돼 보상받을 길이 막히면서 농작물재해보험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 제주도 등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6일 구좌농협과 농협손해보험 제주총국에 따르면 7월 20일쯤부터 구좌읍 지역에서 당근 파종이 시작돼 현재 40~50%정도 파종을 마친 상태다.

고온건조한 날씨 속 어렵게 파종을 마쳤지만 파종 이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일부 농경지에서는 발아가 안된 상태다. 파종 후 7~10일 정도면 발아하지만 낮 최고기온이 연일 35℃까지 치솟으며 밤낮없이 스프링클러를 돌려보지만 급수도 원활하지 않아 땅속에서 발아하는 과정에서 말라죽고 있어서다.

작년까지는 당근 파종 직전에 보험 가입이 가능해 파종기~수확기 자연재해에 대한 위험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발아가 안된 경우엔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보상을 받고 재파종이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는 출현율 50% 기준으로 변경되면서 이달 5일 기준 당근보험 가입이 110건으로 미미한 수준이고, 발아가 안된 밭은 보상받을 길도 없는 상태다. 도내 당근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2022년 90.3%(817농가), 2023년은 133.4%(992농가)였다. 100%가 넘는 가입률은 피해로 재파종한 농가에서 다시 보험을 가입한 데 따른 것으로 농가 대부분이 가입해 왔다.

구좌농협 김희준 상무는 "당근은 고온기인 7월 중순~8월 중순에 파종하는 작물로 발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발아 후부터 한정적으로 보험 가입이 가능해 농작물재해보험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로 당근 농가의 불만이 상당하다"며 "발아가 됐다가도 본 잎이 나기 전에 가뭄과 고온현상으로 말라주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당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기준이 바뀐 것은 여름 가뭄과 태풍 피해가 잦은 점을 악용해 일부 농가에서 씨앗 없이 '거짓 파종' 후 발아하지 않았다며 보상금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었고, 농식품부에 관련 제보도 접수되면서 도덕적 해이 방지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농작물의 경우 출현율을 보험가입 기준으로 삼는 만큼 당근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5월 구좌읍 지역 공선출하회원 등 재배농가 대상으로 가입 기준 변경 관련 간담회도 열었다.

하지만 당근 보험 가입 기준이 달라진 첫 해부터 발아율이 떨어지면서 보험 가입을 못하는 농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작물재해보험을 판매하는 농협손해보험 본사에서 6일 오후 제주를 찾아 당근을 파종한 농경지 상황을 확인하고, 농가 의견도 청취하면서 보험 가입 기준 개선이 이뤄질지에 농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농협손해보험 본사 관계자들이 제주시 구좌읍 지역 당근 파종지를 찾아 발아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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