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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경의 건강&생활] 디지털 휴일을 가지세요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입력 : 2024. 08.20. 22:30:00
[한라일보] 오늘도 진료실에 세상이 끝난 듯한 어두운 얼굴의 어린 친구가 힘없이 들어온다. 최근 10여년 사이 유독 아동·청소년의 불안과 우울장애가 급격히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3년 사이 약 21만명의 청소년이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진료를 받았으며, 2023년 미국 대학생 중 68%가 하루 중 절반 이상의 시간에 불안을 느낀다고 하였다. 생명의 기운이 와랑와랑 솟아오르는 한창나이에 대체 왜?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기여할 것이나 단연 두드러지는 이유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일상 장악일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새로운 기술과 문화는 기성세대에 의해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상당히 다르다. 이 신기술로 인해 젊은 세대가 더 많은 고통을 겪고 더 큰 대가를 지불하며(중독, 집중력 장애, 우울, 불안, 자해, 학업 성취 저하 등) 이들 스스로도 문제임을 느끼고 있다.

모든 사회적 포유류는 어린 시절 실외 자유놀이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공격 충동을 억제하며 협력적 유대를 맺는 학습을 한다. 특히 인간은 상대와 눈을 마주치고 몸짓과 말을 주고받으며 노는 과정에서 감정과 욕구의 조율, 언제 끼고 빠질지의 타이밍 감각, 규칙의 습득, 창의성 발현 등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아이들끼리의 바깥 놀이를 대체하면서 이들은 성장 발달에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주로 여자 청소년은 소셜 미디어에, 남자 청소년은 온라인 게임과 포르노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럴수록 자존감이 낮아지고, 쉽게 화를 나며 현실의 관계가 불만족스럽다.

자발적·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대면 관계의 공동체는 우리에게 안정감과 충만함을 주지만, 쉽게 접속과 차단이 이루어지는 비대면의 연결은 그렇지 못하다. 도리어 가상 세계에의 몰입은 주변 사람들과 온전히 함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키므로 더 외로워진다. 인간은 몸을 가지고 사는 존재이기에 몸으로 겪고 배우지 않은 것은 나와 타인의 삶에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청소년의 뇌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보상회로는 완전 활성 상태이나 이를 조절해야 하는 전전두엽은 아직 미성숙하다. 그러니 온라인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도파민에 익숙한 이들이 학습이나 인간관계처럼 느리게 보상이 이뤄지고 자기조절이 필요한 활동에 집중을 못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재미없는 학습과 사회활동을 위해 외부에서 도파민을 복용해야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역시 이상할 것 없는 귀결이다(주의력 장애의 치료 약물이 도파민 증가제).

그러므로 아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자신들이 겪을 고통을 알지 못하는 채 수렁으로 들어가도록 허용하는 것은 어른들의 위험한 방임이다.

어른이 솔선해서 디지털 휴일을 갖자. 해질녘 하늘의 아름다움과 친구와의 대화에 온전히 머무르자. <신윤경 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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