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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2024 제주愛 빠지다] (10)카페 '사분의일' 이태현·김나은씨
숨가쁜 삶, 한 켠의 여유 좇아 제주로…
제주살이 7년 차… '커피'·'카페'라는 공통점
"조용한 곳에서 책 한 권 다 읽을 수 있는 공간…
커피 한 잔으로 느낄 수 있는 '여유' 누렸으면"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4. 08.28. 01:00:00

제주시 노형동 신비마을에서 '사분의일' 카페를 운영하는 이태현·김나은 씨가 고객들에게 서빙할 음료를 준비하고 있다

[한라일보] 매일의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선 커피가 필요하다. 온전히 커피를 감미한다기보다 카페인을 들이붓는다는 표현이 더 낫겠다. 스팀에 물을 붓는 데 5초, 물이 끓는 동안 커피 포장을 뜯고 컵에 붓는 데 5초,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커피를 타는 데 약 30초. '커피타임'은 길어 봐야 1분 내외다.

카페인을 뇌로 공급해주면 그만인 사람이 제주시 노형동 신비마을 소재 '사분의일' 카페를 처음 찾았다. "이런 길목에 카페가?" 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제주 특유의 돌창고를 개조한 공간이다. 작은 간판에, 작은 나무, 단조로운 벤치가 놓여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아늑하고 운치가 느껴진다. '빨리빨리'에 익은 이들에게, 이 곳 특유의 고즈넉함은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을 준다.

"나는 아메리카노 마실래". 성격 급한 카페인 중독자의 말에 동행인이 "핸드드립 카페에 아메리카노가 어딨어"라고 답한다. 이제 보니 메뉴에 아메리카노가 없다. 사장님이 한 땀 한 땀 커피를 제조하고, 완성해주신다. 핸드드립 커피 한 잔과 함께, 커피 맛보다 카페인이 필요했던 카페인 중독자의 마음도 누그러진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이태현(36)·김나은(32) 씨를 만났다. 둘은 2018년 같은 해 제주로 이주했다. 태현 씨는 그 해 1월, 나은 씨는 그 해 8월에 제주로 왔다. 각자의 첫 정착지이자 둘이 만난 첫 공간은 제주 동쪽에 위치한 월정리였다. 둘은 각자 숨가쁜 삶 한 켠의 여유를 좇아, 바다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제주로 왔다.

숨만 쉬어도 행복할 것 같은 제주살이를 시작해도, 삶이 시작되는 순간 환상은 언제까지나 유효하지만은 않는다. 특히 하나에서 둘이 된 순간 "(서로와 함께)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하는 과정에 놓이기 마련이다.

둘은 함께 그리는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제주 동쪽에서 서쪽으로, 남쪽으로, 곳곳을 이동하며 경험을 쌓았다.

태현·나은씨는 "회전률이 빠르지 않더라도 조용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손님 한 분이 오시면 책 한 권 다 읽을 수 있는 그런 곳이요. 그래서 찾은 컨셉이 '돌담'이었죠"라고 떠올렸다.

그 그림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둘이 추구하는 조용함과 여유, 단조로움이 깃든 공간을 꾸려나가려면 많은 조사와 분석, 노력, 자본이 필요했다.

태현 씨는 "카페 일을 오래해 와서 커피 관련 지식은 많았지만 초기에 많이 힘들었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색깔이 있었고, 그 색을 완전히 맞추려고 하니 시행착오가 많았죠"라며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사분의일'은 그런 공간이었다. 제주살이와 함께 수 년 간 그려온 그림과 둘이 설계한 미래, 노력이 고스란히 깃든 공간. 제주라서 더 힘든 건, 물 위에선 우아해야 하고 물 밑에선 남들보다 더 열심히 헤엄을 쳐야 하는 탓이다.

태현·나은 씨는 곧 함덕으로 이사한다. 둘은 "제주 동쪽이 저희가 처음 제주에 정착했던 공간이기도 하고, 월정리를 떠날 때 언젠가 다시 돌아오자고 했던 곳이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몇 달 뒤 그들은 평생 서로와 함께하겠다는 약속이자 선언의 자리를 앞두고 있다. 그 약속이 둘이 그리는 미래와 앞으로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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