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증·비응급환자 응급실 이용 본인부담금 인상 대책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엉터리"라고 비판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가 정부에 "제주 실정을 고려해 도민 부담을 경감할 수 있게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지역에는 야간·휴일에 문을 여는 병·의원이 적어 대다수 환자가 어쩔수 없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는 실정인데, 무턱대고 본인부담금을 인상하면 도민 부담은 커지는데 비해 환자 분산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4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에 이런 내용의 건의문을 전달했다. 도 관계자는 "정부는 경증·비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용 본인부담금을 인상해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고 동네 병의원으로 환자 분산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제주에는 야간·휴일에 문을 여는 병·의원이 적다"며 "특히 서귀포는 (야간·휴일 의료 수요를 감당할 인프라가 열악한) 의료취약지역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실정을 감안해 본인부담금 인상시 도민 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취지로 건의문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제주도는 구체적으로 어떤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것인지에 대해선 건의문에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2일 경증·비응급환자가 지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진료할 경우 본인부담금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KTAS(케이타스·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 4~5에 해당하는 경증환자와 비응급환자는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의료비의 50~60%를 부담하고 있다. 정부는 이 부담금을 9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럴 경우 경증·비응급환자가 응급실 이용시 내야할 돈은 6만원 수준에서 10만원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에서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종합병원은 6곳으로, 이중 부담금 인상 대상은 지역응급의료센터인 제주대병원, 한마음병원, 중앙병원, 서귀포의료원과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제주한라병원 등 총 5곳이다. 한국병원은 응급실을 운영하지만 인상 대상이 아니어서 만약 정부 대책이 시행될 경우 야간 환자들이 이 곳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또 제주에는 이들 6개 종합병원을 제외하면 동네 병·의원 500여개 중 오후 9시 이후까지 문을 여는 곳은 제주시 11개, 서귀포시 3개 등 14개로 전체의 약 2%에 불과하다. 그마저 이들 14개 병원도 자정 이후엔 문을 닫아 이 시간대에는 종합병원 응급실 말고는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없다. 이런 이유로 도내 종합병원 사이에서도 정부의 이번 대책이 제주 실정에 맞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도내 모 종합병원 관계자는 "다른 지역은 야간에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으려 지역 간 이동도 할 수 만 제주는 섬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마저도 할 수 없다"며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본인부담금만 인상하면 환자 분산 효과는 없고 의료비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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