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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의 월요논단] 해외 미술관 국내 유치 경쟁, 무엇이 문제인가?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4. 09.08. 22:00:00
[한라일보] 최근 서울과 부산이 프랑스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사업으로 요란하다. 퐁피두센터는 건물의 4층과 5층에 자리 잡은 국립근대미술관의 소장품을 활용한 해외 분관 설립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5년 스페인 말라가를 기점으로 벨기에 브뤼셀, 중국 상하이에 분관을 운영 중이다. 2025년부터 전면 보수공사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서울, 부산, 인천의 세 지역이 동시에 유치 의사를 보이며 접촉을 해왔다. 결국 퐁피두센터 측은 서울관을 제안한 한화그룹을 낙점하며 계약을 체결하게 됐고 인천은 탈락을 인정하고 이 사업을 접었다. 그런데 부산은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유치를 계속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언론들은 두 개의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상황에 대해 우려 섞인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부산 분관 유치의 타당성을 따져보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고, 급기야 유치 반대를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결성하며 성명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그 내용은 그간 협상을 진행해 온 부산시가 '시대착오적 밀실 행정, 거짓과 독단, 문화사대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을 위해서 필요한 예산은 대지 매입비 737억, 건축비 1100억, 연간 운영비 125억, 로열티 30~50억 등이다.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며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비영리 기관으로 입장료에 크게 의존하는 미술관 수입구조를 보면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점도 반대의 이유다.

지방자치 단체가 해외 미술관을 국내에 유치하는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하는 일이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체장들의 이러한 착각은 국내 비엔날레의 경우에도 예외 없이 적용될 사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리 있는 진단들이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자.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력에 비추어 볼 때 문화예술 분야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은 필연적이다. 세계 10위권을 오가는 경제 규모에 세계 5위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나라가 발산하는 문화예술의 열기는 이미 K 라는 접두어를 통해 규정되고 있다. K-Pop에서 K-Art, K-Food에 이르는 K-Culture는 이를 반영한다. 한류의 예술 버전인 K-Art는 극도의 경쟁사회가 지어낸 불안과 갈등을 반영하고 극복하고 해소하려는 문화적 몸부림의 산물이다. K-Art는 미술관과 비엔날레라는 기관과 실험실을 통해 성장한다. 세계적인 미술관 유치는 서울의 한화그룹이면 족할 것이다. 부산은 부산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현지 미술관과 비엔날레 육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제주는 부산에서 벌어지는 퐁피두 분관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역의 정체성을 소중히 가꾸고 살맛 나는 환경을 만들어 그 유산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어떤 미술관과 비엔날레를 육성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김영호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미술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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