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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택의 현장시선] 미생과 민생! 그리고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관하여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4. 09.19. 22:30:00
[한라일보] 필자가 바둑을 좋아하는 이유는, 장기나 체스 등이 왕을 지키기 위해 장렬히 죽는 게임인데 반해 바둑은 모든 돌들이 평등하기 때문이다. 바둑판에 놓인 모든 돌들은 중요하지 않은 돌이 없다. 완생이 되려면 모든 돌을 존중하고 온전히 살리는 일이다.

우리네 삶으로 보면 민생(民生)이다. 미생은 바둑광이었던 한 청년의 고단한 삶을 그린 드라마로 유명한 바둑 용어이다.

미생(未生)은 바둑에서 한 집만 살아있는 상태이다. 한 집만으로는 아직 완전히 살아 있는 상태가 아니다. 두 집이 온전히 살아야 완생(完生)이다.

정치와 행정에서 민생은 일반 국민의 온전한 생활 및 생계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민생을 지원금 혹은 복지경제 개념에 국한시킨다. 민생과 행정은 하나이다. 행정이 국민을 향해야만 온전히 살 수 있는 것이 바로 민생이다. 제주 행정체계 개편이 도민의 민생과 직결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행정에 대한 다양한 수요와 편의가 가장 중요한 민생임을 못 느끼고 살기도 한다. 이 맥락에서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와 자기 결정권의 보장을 위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자기 졀정권 측면에서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것은 반쪽짜리 생명인 미생이다. 제주도민들은 지방자치 30년, 특별자치 20년을 통해 단일 광역체제의 한계를 경험했다. 현재의 제주행정체계는 도민들에게 미생의 자치행정이었던 셈이다. 미생을 완생시키려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풀뿌리 도민주권 실현으로서의 민생이다.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 방향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행정체제개편 위원회는 지난 1년여 동안 수차례의 전문가 토론, 도민 참여단의 숙의형 공론화 토론, 5400명의 여론조사, 50여 회 도민 경청회 등을 통해 도민의 뜻을 수렴했다. 그리고 행정 사각지대 해소와 서민행정 편의를 위한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혁신적 대안으로 권고했다. 윤석열 정부는 제주 도민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주민투표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도민들은 주민투표를 통해 찬성 또는 반대의 자기의사 표현을 하면 된다. 그것이 올바른 민생 정치이고 민생 행정이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맏형인 제주에서 지방시대 선도 모델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은, '모든 본질적 변화는 변방에서부터'라는 진리를 다시 확인시켜줄 것이다.

'하면 된다'라는 말보다, '안 하면 될 일이 없다'라는 말이 더 옳다. 가보지 않을 길에 대한 새로운 시도는 늘 어렵고 저항에 부딪친다. 새로운 길은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유신의 말은 천관녀의 집 앞에서 목이 잘렸다. 생각 없이 어제의 골목을 답습하다가 주인의 칼날에 목이 날아갔다. 주인의 뜻을 헤아릴 때에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 주인은 제주 도민이고, 도민의 민생이다.

서민이 먼저다. 그런 제주를 향한 당찬 시도와 따뜻한 연대의 한 걸음을 내딛을 때이다. <문윤택 제주국제대학교 이사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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