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출신 김정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장이 최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이 7개월 넘게 수업을 거부하며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학생들의 휴학계를 지난 1일 일괄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동맹 휴학에 대한 승인 불가 방침과 충돌하는 결정이다. 정부는 즉각 서울대 의대의 이같은 결정이 다른 대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서울대 의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서울대 의대 학장의 결정에 "의대 학장의 독단적인 행위"라며 발끈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의 유급이나 제적을 막기 위해 대학의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는 의대 내부에서 지배적인 상황이다. 으름장을 놓던 정부는 돌연 6일 무기한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들에게 2025학년도 복귀를 조건으로 휴학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단, 휴학 사유에 '동맹휴학'은 불허하며 별도의 학칙에 따른 휴학 사유가 있어야 한다. 정부 입장에도 의대생들의 유급·제적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날 이주호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안'을 발표하면서 "의대생 미복귀가 지속되며 유급 및 제적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며 "제한적 휴학 승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출신인 김 학장은 애초 정부의 의사증원 의료 개혁 방침이 나온 이후 전공의 집단 사직과 전국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에 돌입하자 "의사는 환자 옆에 있어야 한다"며 의사의 책무를 강조했던 인물이다. 그는 올해 초 서울대 의대 졸업식 축사에서 "지금 의료계는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필수의료와 지역 의료 붕괴에 따른 의대 정원 증원 등 사회적 화두에 대해 국민은 우리 대학에 한층 더 높은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정부의 압박에 불구하고 내린 휴학 승인이 의대 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만은 아닐 것이라고 풀이되는 배경이다. 김 학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를 마쳤다. 2002년 뇌혈관 의사로서 본격적으로 근무한 첫 병원은 고향인 제주의 제주대병원이었다.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6년 한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서울대 의대 졸업생의 평균적 행보와 달리 고향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것에 대해 "제주에 뇌 수술을 할 의사가 부족했다"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여러 개인적 사유로 제주를 떠나 서울대병원으로 돌아와 일하다가 부학장을 거쳐 2021년 12월 학장으로 임명됐다. 정부의 좌충우돌 의료 개혁 추진과 이에 반발하는 의사 집단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요즘, 김 학장과 같이 의사의 사회적 책무와 정부의 의료 개혁 사이 고민을 거듭하는 의사·의대생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머리를 맞대 문제를 풀어야 할 때다. <부미현 정치부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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