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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애의 한라칼럼] 잘못된 과거에 마음을 두지 말자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4. 10.08. 01:30:00
[한라일보] 우울증에 대한 책을 읽다가 눈에 띄는 구절이 있어 옮긴다.

'지역사회를 기초로 우울증과 다른 정신장애를 연구한 결과 가장 놀라고도 혼란스러운 측면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낮다고 한다. 유병률이 가장 높은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치료적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내용을 읽다 보니 오래 전 우울감을 호소한 한 여성이 생각났다. 내용을 각색해 요약하면 최상의 성적을 기대하는 어머니로부터 늘 "넌 부족하니 남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해"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고 성인이 된 후에는 조금의 실수에도 괴로워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다 직장을 그만뒀다. 무엇보다 스스로 우울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무기력한 상태였다.

병원과 상담실을 오가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 연구에 의하면 과거를 반추하는 사람은 슬픈 기분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고 주의 전환기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은 우울 기분을 더 짧게 경험한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원인을 알기 위해 과거를 헤집기보다 그저 무심히 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버린다는 것은, 과거의 안 좋은 생각과 이야기들을 멈추고 현재에 충실한 것인데 아픈 사람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겠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노력하는 방법으로써 지금 이 순간의 호흡에 집중해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 들숨과 날숨을 바라보고 함께 즐기다 보면 생각은 사라지고 호흡만 남게 될 때 가장 평안한 지금을 느끼게 된다.

경험에 의하면 단지 호흡에 집중했을 뿐인데 눈을 떠보면 시간이 흘러갔고 비온 뒤 맑은 자연을 대하듯 맑고 냉철한 자신과 만나게 된다. 이때 떠오르는 짧은 기도 감사는 신과의 찐한 만남이 돼 편안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잘못된 과거를 버린다는 것은 함께 하되 무심히 보는 것, 메여있지 않는 것,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들에 의해 자연스레 밀려남을 의미한다. 이 여성은 "넌 부족하니 남보다 더 노력해야 해" 이 말을 버리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메여있어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상처받은 '내면아이' 가 상처를 압축시킨 것으로 이해한다.

상담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울과 불안이 만연된 요즘, 전문가를 찾아가기 싫다 해도 스스로 치유하는 노력은 필수다.

풀이 우거진 숲도 자주 걷다 보면 길이 나듯 우리 마음도 우울한 생각을 자주 하면 마음에 우울의 길이 나는 것이니, 우울감이 생겨날 때 과거를 반추하기보다 "사람은 원래 다 그래, 우린 좀 이렇게 사는 거지 뭐"라는 흘려버리는 듯한 마음의 여유와 현재에 머무는 호흡법으로 맑은 마음의 길을 하루하루 닦아보길 권한다. <우정애 제주한라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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