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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2024 제주愛 빠지다] (15)영상음악가 박운영·함예진 부부
“제주의 모든 게 영감의 원천 됐어요" [제주愛]
자연에서 힐링 얻고 음악하고 싶어 제주행 결심
노래하는 남편 따라온 아내 숨겨왔던 재능 펼쳐
"제주에 살며 처음으로 ‘사람’ 주제로 영상 만들어"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4. 10.08. 03:00:00

자연에서 힐링을 얻고 싶어 제주 이주를 결정한 박운영·함예진씨 부부는 "제주에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을 주제로 한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라일보] 돌, 바람, 나무, 풀. 시선만 잠시 창문 밖으로 던지면 제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바다도 마찬가지이다. 의자에 딱 붙어있던 엉덩이를 떼고 조금만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저 멀리 끝 모를 지평선이 보인다. 잠시 동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면 피로했던 두 눈은 자유를 되찾고, 뻐근했던 목과 어깨는 저절로 풀어진다. 이런 매력을 가진 자연이 좋았다. 자연을 바라 보고 있으면 이해하는 마음이 달라지고, 관심이 생기고 알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제주가 가진 천혜의 자연경관은 예술적 삶을 살아온 이들 부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다. 제주 자연에서 힐링을 얻어 노래를 만들고 그 모든 것을 영상에 담는 박운영(56), 함예진(54)씨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운영씨의 앨범 제작을 맡게된 예진씨는 노래를 듣자마자 왈칵 눈물을 쏟았다. 운영씨가 내는 미성이 예진씨의 마음을 어루만졌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운영씨의 팬이 된 예진씨는 작업이 끝나자마자 두 손에 앨범을 들고 그를 찾아갔다. 그렇게 처음 만난 이들은 음악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묶여 서로의 열렬한 팬이 되기로 약속했다.

제주로 가자는 갑작스러운 운영씨의 제안에도 예진씨가 고민도 없이 짐을 싼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예진씨는 운영씨가 마음껏 노래할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를 응원하고 싶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힐링 음악을 만들고 영상을 찍자는 운영씨의 제안으로 제주 삶이 시작됐지만, 예진씨도 그동안 숨겨왔던 재능을 드넓게 펼쳐진 풀밭위에서 맘껏 펼쳐냈다. 예진씨는 운영씨의 열정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감독도 됐다가,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무용수로 변신했다. 운영씨가 노래를 만들고 나면 경력을 살려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가 준 영감은 부부의 삶을 7년간 다채로운 빛깔로 물들였다.

누군가는 연고가 없는 제주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하지만, 운영·예진씨는 늘 신비하고 새롭기만 하다. 자연은 부부의 음악을 돋보일 배경이 됐다가도 노래 주제 자체가 됐다. 들판의 풀, 바람 등 운영씨가 노래할 대상은 차고 넘쳤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운영씨는 제주 땅에서 피어난 생명 모두에게 선율로 의미를 부여했다.

경쟁에 치여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싫어서가 제주 이주 결정에 한몫했다는 부부는 제주에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을 주제로 한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운영·예진 씨는 "최근 처음으로 저희의 모습이 아닌 타인 대상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봤다"면서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도 아니고, 춤을 잘 추는 사람도 아닌데 영상 속에 담긴 그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부부는 "영상 속에서는 평범한 사람도 모델, 가수, 무용수 등 되고자하면 뭐든지 될 수 있다"며 "평범한 제주도민을 영상에 담아 '당신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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