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0차 행사는 세찬 비날씨로 한라산둘레길이 전면 통제됨에 따라 전격 코스를 변경해 진행됐다. 한라대 승마장 입구에서 출발한 참가자들이 임도를 걸어가고 있다. 오승국 시인 예상치 않은 큰비로 전격 코스 변경 "더운 날보다 우중산행 차라리 좋다" 물봉선 등 영롱하게 핀 야생화 눈길 [한라일보] 폭우가 세차게 내리친다. 지독했던 여름날의 기나긴 무더위를 지워버릴 듯 아침부터 비가 쏟아진다.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길 바라며 비옷과 튼튼한 등산화로 무장하고 집을 나섰다. 9월 중순에도 한낮 기온이 35℃를 넘는 기현상인 '가을 폭염'을 겪었다. 폭우로 인해 애초의 트레킹 계획이었던 수악, 이승이악 코스에서 노꼬메 뒤쪽 임도에서 검은들먹오름, 바리메로 이어지는 코스로 변경했다. 수악, 이승이악 코스는 신례천과 하례천이 있어 하천이 없는 안전한 코스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달 21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0차 행사는 무더위 중에 내린 폭우 속에 15㎞의 임도와 오름둘레 숲길을 걸었다. 비날씨를 감안해 오름 등정 없이 임도와 숲길이 주를 이룬 평탄한 길이었다. 우리가 걸었던 노꼬메 뒤쪽 임도에서 검은들먹오름, 바리메로 이어지는 코스는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고성리, 어음리, 봉성리 지역에 널리 펼쳐져 있다. 물봉선 주발버섯 꽈리 잘 정비된 임도가 나타났다. 안천이오름 기슭까지 이어진 긴 임도를 걸으며 숲이 인간에게 주는 위로와 치유를 생각했다. 우리의 몸과 감각에서 발현하는 파장과 숲의 원시적 싱그러움이 상응할 때 우리 몸과 마음은 편안해진다. 숲은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태초의 고향과 만나는 일이며 아름다운 삶의 감성을 키워내는 곳이다. 서어, 졸참, 산딸, 때죽나무가 씨앗을 내리고, 벌써 낙엽이 돼 가을날의 우수를 자아낸다. 임도 길가에 소담하게 피어난 야생화와 관목들의 작은 열매가 어우러져 비오는 날의 숲의 적막과 고요를 연출하며 조용히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무심히 물웅덩이와 하천지류를 건너고, 걷다보니 안천이오름 둘레 임도길을 지나고 있다. 다시 검은들먹오름을 향해 숲길을 걷는다. 길가에는 물봉선, 짚신나물, 엉겅퀴, 이질풀, 계요동, 딱지꽃, 활나물, 파리풀 등 야생화가 비에 젖어 떨고 있다. 이들은 비가 멈추면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 자신만의 색깔과 모습으로 영롱하게 피어날 것이다. 익모초 진갈색멋그물버섯 이질물 공초왓 뒤쪽으로 검은들먹오름이 있고 그 위쪽으로 이어진 윗검은들먹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검은들먹오름은 바리메, 안천이, 도래, 한대오름에 둘러싸여 잘 보이지 않는 은둔의 오름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왕래도 드물다. 오름 정상부에 있는 오래된 무덤 묘비에 흑월악(黑月岳)·거문돌악(巨門乭岳) 등으로 표기하고 있는 걸로 봐서 나무가 짙은 노루오름과 한대오름의 입구(목) 역할을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초왓 삼나무 길에서 우중 도시락 오찬을 하고 바리메를 향해 다시 걷는다. 바리메오름은 물이 풍부해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주둔했으며, 4·3 시기 피난처로 1993년 2구의 유해가 발견되기도 했다. 오승국 시인 "구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꽃잎이 피는 소리 꽃잎이 지는 소리/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은 지고/ 어디선가 부르는듯 당신생각뿐" 구월을 보내며 패티김의 '구월의 노래'가 입가에 맴돈다. 오늘, 한없이 걸었던 비오는 날의 숲길, 일상의 피로에 지친 당신을 위로해준 숲의 치유를 오래오래 기억속에 남겨 주시길. <오승국 시인/ 제주작가회의 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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