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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 받은 한강은 누구
처음엔 시로 등단해 소설로 방향 틀어…부친은 소설가 한승원
서울예대서 학생들 가르치기도…노래 실력도 수준급으로 알려져
광주민주화운동서 큰 영향…"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 하게 돼"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24. 10.11. 09:50:02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한강. 연합뉴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거머쥔 작가 한강(54)은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저명한 소설가 한승원이다. 이후 서울로 올라온 그는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대학 졸업 뒤 이후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본격적으로 습작을 하기 시작해 그해 계간 문예지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을 실으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한강은 이후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다양한 소설집과 장편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다.

소설 외에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 '눈물상자' 등을 펴내는 등 시와 소설 아동문학을 넘나들며 전방위로 작품활동을 했다.

그동안의 국내외 수상 내역도 화려하다.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김유정 문학상을 받았으며, 영국 인터내셔널 부커상,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과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 등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문학에서의 탁월한 성취와 예술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삼성호암상 예술상도 수상했다.

한강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처음 널리 알린 작품은 '채식주의자'다.

2016년 한국 작가 최초로 영국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집 '채식주의자'(영어판 제목 The Vegetarian)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처음 연재된 연작소설로, 국내에서는 2007년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그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예대 미디어창작학과(구 문예창작과)에서 예비 작가들을 상대로 소설 창작론을 가르치기도 했다.

서울예대 학생들은 당시 한강에 대해 "섬세함과 카리스마로 학생들을 사로잡는 교수"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한강은 문인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는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등을 펴낸 작가 한승원이다. 85세인 한승원은 올해 초 자전적인 내용의 장편소설 '사람의 길'(문학동네)을 펴내는 등 여전히 왕성하게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한승원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 한강은 전통사상에 바탕을 깔고 요즘 감각을 발산해 내는 작가"라며 "어떤 때 한강이 쓴 문장을 보며 깜짝 놀라서 질투심이 동하기도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승원과 한강은 국내 최고 소설문학상으로 꼽히는 이상문학상을 부녀 2대가 수상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한강의 오빠 한동림 역시 소설가로 작품활동을 했다.

한강은 어려서부터 익힌 피아노와 노래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에는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를 펴냈는데, 흘러가 버린 노래 스물두 곡 속에 작가의 아련한 추억을 담아낸 이 책에 작가 자신이 작사ㆍ작곡하고 보컬까지 맡아 부른 노래 10곡을 담은 음반(CD)을 함께 수록했다.

음반엔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랫말과 선율들을 악보를 쓸 줄 몰라 가사를 적고 계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작가가 직접 한 곡 두 곡 만들어온 노래를 담았다.

산문집에서는 어린 시절 피아노가 배우고 싶어 "십 원짜리 종이 건반을 가지고 피아노를 '연주'하곤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한강의 가장 최근 작품은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다. 이 소설로 지난해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의 외국문학 부문을 수상하고, 올해 3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도 받았다.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강은 "소설을 써오면서 제일 기뻤던 순간이 2021년 4월 말 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한 순간"이라면서 "워낙 오래 걸리고 힘들게 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소설가로서 한강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1980년에 일어난 광주민주화운동일 것이다.

광주 태생인 한강은 서울로 올라온 뒤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이 보여준 사진첩 하나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2016년 2월 한 문학 행사에서 밝힌 적이 있다. 아버지가 보여준 것은 바로 광주민주화운동에서 학살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이었다.

그는 "열세 살 때 본 그 사진첩은 제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러운 계기가 됐다"며 "이때부터 간직해온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세 번째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부터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개인적 경험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장편 '소년이 온다'로 형상화됐다.

이 작품부터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 까지, 한국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해온 작가는 앞으로 '밝은 얘기'를 써보고 싶다고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소설은) 이렇게 두 권을 작업했는데, 이제는 더는 안 하고 싶어요.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눈이 계속 내리고 너무 춥고, 이제 저는 봄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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