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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김녕 마을 역사"[2024 지질트레일]
지난 19일 2024 김녕지질트레일 개막
해설사 설명 들으며 배우는 제주 문화
직접 걸으며 두 눈으로 담는 지질자원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4. 10.20. 12:05:53

지난 19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일대에서 진행된 '2024 김녕 지질트레일'에 참여한 탐방객들이 해설사와 함께 B코스를 걸으며 김녕 지역 지질의 특징을 살펴보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과거 김녕리는 다 돌밭이었어요. 주민들이 직접 손으로 깨고 모래를 퍼 날라서 지금의 밭을 일군 거죠. 아주 척박한 삶이었습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지질자원과 문화를 한눈에 엿볼 수 있는 '2024 지질트레일'이 지난 19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일원에서 막을 올렸다.

행사가 열리는 이날 오전 제주 동쪽지역은 돌풍과 함께 빗방울이 떨어지는 등 궂은 날씨를 보였다. 그러나 '돗제', '멸치후리기' 공연 등 식전행사 이후 본격적인 개막식이 거행되자 빗방울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고, 전날(18일) 제주지역에 다시 찾아온 무더위는 저 멀리 달아났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김녕마을 문화 배우기에 나선 탐방객들은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들이 탐방에 나선 길은 B코스로, 김녕 밭담길과 환해장성, 두럭산, 용암억덕, 모래사구 등을 차례로 들러보는 일정이다.

먼저 오정숙·고춘자 해설사는 김녕지역 밭을 가리키며 용암이 흘러간 흔적, 지역민들이 직접 돌을 깨고 쌓아 올려 밭담을 만들고 밭을 일군 역사를 설명했다.

탐방객들은 두 귀로는 설명을 담고 두 눈으로는 현장을 기억 속에 남겼다. 제주에서 약 40~5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았던 도민 탐방객들은 "어릴 때만 해도 이곳이 다 돌밭이었다", "제주 서쪽지역에는 흙이 많던데 이상하게 동쪽은 돌만 있었다. 그래서 옛날 어머니들이 동쪽에 시집가지 말라는 이야기도 했다"며 경험 섞인 말들을 쏟아냈다.

해안가로 이동해서는 용암이 흘러가면서 만든 지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비록 이날 만조로 인해 용암이 장애물을 만나 굳어 있는 표면을 밀어 올려 만든 지형인 '투물러스'는 볼 수 없었지만, 두 해설사는 미리 준비해온 사진으로나마 탐방객들에게 자연의 신비를 알렸다.

탐방객들이 길을 걷는 중간 길가에서 순비기나무가 발견됐다. 두 해설사들은 순비기나무 열매를 탐방객들 손에 쥐어주며 냄새를 맡아볼 것을 권하면서, 옛 제주해녀들의 베개 속에는 순비기 열매가 꼭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해설사는 "해녀들이 깊은 바다에 들어가 물질하기 때문에 두통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치료법도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니 향기가 나는 순비기 열매를 베개에 넣어두곤 했다"고 설명했다.

탐방에 참여했던 강순옥(59) 씨는 "길을 걷는 내내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며 "예전부터 왜 서쪽지역은 흙이 많아 비옥한 반면, 동쪽은 척박했을까 생각했는데 비로소 오늘에야 그 궁금증이 풀어졌다"고 말했다.

정희정(55)씨는 "제주만의 문화를 배우는 기회가 흔치 않기도 하고 해설사의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와 너무 유익한 시간이었다"면서 "다음에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또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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