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신임 제주문화예술진흥원장 [한라일보] "제주를 사랑한다고 큰소리 쳐놓고 어쩌면 어려운 기회를 받았는데 민폐가 되지 않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당장 성과에 매이지 않고 현안 문제들을 검토해서 기반을 다시 닦아가는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지난 11일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장에 임명돼 본격 업무를 시작한 이희진 원장이 23일 원장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취임 소회다. 충청남도 서산 출신인 이 원장은 연극으로 예술계에 입문해 30년 넘게 민간과 공공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기획 업무와 연출 경력을 쌓아온 문화예술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제주에서 별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 없는 그의 제주와의 인연은 1988년 극단 울력(서울 소재) 창단 공연 '잠들지 않는 남도'로 시작된다. 공연을 계기로 제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이후 개인적으로 입춘굿과 칠머리당영등굿, 4·3평화마당극 행사 등에 참여하는 등 제주와의 접점을 늘려왔다. 이 원장은 앞서 공공 영역에서는 국립중앙극장 기획팀장,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실장, 대전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등을 지냈다. 도외 출신인 그가 제주문화예술진흥원장 공모에 신청한 것은 올해를 넘기면(이 원장은 1964년생이다) 더 이상 공공의 영역에서 일할 기회가 없겠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마침 제주살이를 해봐야겠다는 계획과 맞물리며 적극적으로 공모 준비를 했다고 했다. |"리더십 보다는 멤버십"... 소통과 공감, 대화 강조 이 원장은 "리더십은 기관장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량이자 가치겠지만 '리더십'보다는 '멤버십'이란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끌고 지도하는 입장이 아니라 동료로서 함께 간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싶다"며 소통과 공감, 대화를 통해 조직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상징적인 첫 행보로, 이 원장은 취임 후 진흥원 홈페이지 원장 인사말에서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빼고 직원 일동으로 바꿨다. 덧붙여 앞으로 기획 공연 팸플릿에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인사말은 넣지 않겠다고 했다. "말하고 나서는 것이 아닌 뒤에서 듣고 받치는" 역할로서 "너무 앞서서 나서지 않으려고 마음먹고 있다"는 각오도 밝혔다. 다만 이 원장은 "소통과 공감, 대화를 전제로 하되 직원들이 업무를 추진할 수 있게 조직의 상급자로서 빠른 판단을 내리고 결과에 대해서 먼저 책임지는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종 결정은 물론 원장의 몫이 되겠지만 그것은 수평적 관계에서 각자의 역할 중 하나임을 피력했다. |"대기실부터 자잘한 시설 노후화 문제... 타 지역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 이 원장은 현재 제주문예진흥원의 주요 현안으로 공간 부족과 시설 노후화 문제를 비롯 행정 중심 구조에 따른 전문 인력 부족 등을 꼽으며, 차근차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원장은 "내부 작은 문제들까지 들여다보니 겨울에 특히 손을 쓰는 연주자들이 대기실에서 추워서 손이 곱는다고 한다. 작은 문제 같지만 예술 공간으로서 예술가들이 연주하는데 기본 조건도 안 갖춰져 있다는 것은 굉장이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시공간은 물론 주차장 공간 부족도 문제지만 이 원장은 "무대에 자잘한 시설 노후화와 대기실, 화장실, 분장실 등 종합적으로 다른 지역의 대표 공간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문예회관이 전시장이든 공연장이든 대관 선호도가 높은데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허브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공간 부족이라는 하드웨어 개선 문제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적극적인 기획 프로그램 개발이나 지역 예술계와의 소통 구조를 만드는 것까지를 현안으로 봤다"고 말했다. |지역예술계와 함께하며 결과로 만들어 갈 것 이 원장은 문예회관이 역사성이나 선호도나 상징성으로 봤을때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맏이'로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맏이'로서 책임과 사명이 있다면 좋은 사례를 만들고 예술계와의 소통을 통해 함께 작은 것이라도 새로 개발하는 모습들을 결과로서 드러낼 수 있는 역할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밝혔다. 아직 제주 예술 생태계를 제대로 파악하진 못했지만 제주를 포함 전국의 지역이 안고 있는 일반적인 문제로 예술가들의 자생력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문화복지가 강조되고 생활문화가 확대되면서 향유 중심의 지원 정책이 중심을 이룬다"면서 "주민의 문화향유 기회가 확대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예술 생태계 관점에서 바라보면 기형적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향유, 문화복지만을 강조하다 보니 무료 공연이 많아지면서 예술가들의 자생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원장은 "무료공연을 한다고 문화향유 기회가 확대되나. 아니다. 찾아가는 공연을 적극적으로 하되 훌륭한 공연을 보는 것도 문화권에 포함되지 않을까"라며 "그렇다면 일정 정도는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2년이란 단기 임기의 한계가 있지만 이 원장은 임기 내 '시즌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지역 예술계와 소통을 확대해가면서 시즌제와 연계한 청년부터 원로 예술가까지 아우르는 생애주기별 특화 기획을 추진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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