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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흙·낙엽 쌓이고 잡풀 무성..서귀포 천제연 관개수로 관리 소홀"
2005년 국가등록문화유산에 올라… "2㎞ 수로 면모 확인 어려워"
주차장 인근 수로 개설 공적 '채구석 기적비' 접근성 개선 주문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4. 10.28. 17:30:21

퇴적물과 잡풀 등으로 옛 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운 '천제연 관개수로'.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흙과 낙엽으로 막혀 있거나 잡풀로 덮여 있어 물이 흐르지 않습니다. 베릿내오름으로 가다 보면 중간에 폭포처럼 수로의 물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어요."

지난 25일 서귀포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천제연폭포. 중문동 출신이라는 한 주민은 탐방로를 따라 2005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린 '서귀포 천제연 관개수로'를 둘러보며 그렇게 말했다.

'천제연 관개수로'는 농업용수 부족으로 논농사에 부적합한 제주의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천제연폭포의 낙수가 흐르도록 천연 암반 지형을 파서 만들었다. 총 1.9㎞ 길이의 장거리 수로로 너비 0.9m, 깊이 0.5m에 이른다. 국가유산청 홈페이지에는 해당 유산에 대해 "1908년 건립된 농업용수 시설로 천제연 일대 23만1000㎡의 불모지가 옥답(沃畓)으로 변모하였지만 시공 과정에서 제주도민의 크나큰 희생이 따랐다"고 설명하고 있다.

천제연 일원에는 수로의 역사를 담은 빗돌도 놓였다. 주차장 서측의 '통훈대부 대정군수 채구석 기적비(通訓大夫大靜郡守蔡龜石紀蹟碑)'(1958년)와 제3폭포 인근 '성천답 관개유적비(星川畓灌漑遺蹟碑)'(2003년)가 그것이다.

수로 개설에 힘을 쓴 채구석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적비. 진선희기자

성천답회에서 세운 '성천답 관개유적비'. 진선희기자

채구석 기적비는 수로 개설로 성천봉(베릿내오름) 아래 지금의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일대에 있던 농지를 논으로 개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채구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답주(畓主) 일동이 세웠다. 성천답회(星川畓會)가 서귀포시 지원을 받아 설치한 성천답 유적비에도 채구석의 공로와 함께 "1세기 동안 지키고 보존해온 유적을 조상의 지혜와 척박한 자연을 개척한 현장으로 후손들에게 길이 남기고자" 한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현장에서 만났던 지역 주민은 채구석 기적비에 대해 "안전 때문인지 그 앞에 울타리가 설치돼 일반 관람객들은 무슨 비석인지도 모르고 지나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해 제주도에서는 1832년부터 1941년까지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황개천 일대에 약 1.1㎞의 수로를 만들어 논밭을 개척한 김광종을 잊지 않기 위해 화순답회 회원 등이 세운 2기의 비석('김광종 영세불망비')을 향토유형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문화유산 돌봄 인력을 활용해 관개수로 퇴적물 등을 제거할 계획"이라며 "채구석 기적비의 경우엔 접근성이 좋은 곳에 그 내용을 알리는 별도 안내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구석 기적비를 제주도 유산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 여부도 살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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