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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 두 헌옷 수거함…결국 행정대집행
의류수거 대항 사업자 선정 무효 확인 소송서 제주도 승소
원고 측, 1심 불복 항소했지만 시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4. 10.30. 16:15:19
[한라일보] 도내에서 서로 다른 업체가 같은 클린하우스 내에 따로따로 의류수거함을 설치해 수개월 째 시민들 헌옷을 처리하는 사태를 끝내기 위해 제주시가 결국 행정대집행에 나서기로 했다.

30일 제주시에 따르면 제주지법은 지난 8일 도내 폐기물 수집·운반 회사인 A업체와 B업체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의류수거함 민간대행 사업자 선정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다툼은 지난 2년간 제주시 동 지역과 읍 지역 등 두 개 구역에서 헌옷을 수거했던 A·B업체가 지난해 말 신규 의류수거함 민간대행 사업자 공모에 응모했지만 탈락하면서 비롯됐다.

이들은 당시 공모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올해 3월 선정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들은 공모 결과에 불복해 클린하우스에 자신들 소유 의류수거함 수백 개를 그대로 남겨두고 헌옷 수거 영업을 계속했다. 그 사이 지난해 공모에서 선정된 신규 업체가 올해 1월 A·B업체가 버티고 있는 클린하우스 자리에 새 의류 수거함을 설치하며 같은 지붕 아래 서로 다른 업체의 의류수거함이 놓이는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시는 사태 해결을 위해 A·B업체 의류수거함을 강제 철거하고, 경찰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도 했지만 별소용이 없었다. 강제 철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A·B업체가 다시 의류수거함을 설치하는 일이 반복되고, 경찰 수사도 무혐의로 끝났기 때문이다.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강제 철거에 나선 공무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등 물리력 행사가 뒤따라야 하는데, A·B업체는 철거된 의류수거함을 다시 설치했을 뿐, 이 과정에서 공무원을 협박하거나 폭행한 적은 없다.

A·B업체는 1심 패소 판결에도 불복해 최근 항소했다. 또 여전히 자신들 소유 의류수거함을 클린하우스에 그대로 두고 헌옷을 처리하고 있다.

신규 선정업체 고통은 길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누가 설치했건 상관없이 아무 의류수거함이나 골라 헌옷을 집어넣기 때문에 신규 업체 수익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헌옷 1㎏를 팔 때마다 통상 300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지난해 공모에서 선정된 C업체 관계자는 "한 달에 200만~300만원 가량 손해를 보고 있다"며 "시에서 조속히 사태를 해결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C업체는 A·B업체를 상대로 조만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시는 결국 행정대집행 카드를 꺼내들었다. 행정대집행에 나서면 강제 철거에 소요된 비용을 A·B업체 측에 청구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A·B업체가 항소하면서 아직 법적 다툼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1심 판결로 (행정대집행에 대한) 법적 타당성을 어느정도 갖춘 것으로 판단되고, 또 신규 업체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을 마냥 지켜볼 수도 없다"며 "올해 안에 행정대집행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이전까지 '의류수거공동협의회'라는 곳과 1년 단위로 협약을 맺어 헌옷을 수거했지만, 이 협의회에 폐기물 수집·운반 자격이 없는 자생단체가 끼어있고 또 특정 단체가 수거 수익을 독점한다는 지적이 있자 지난 2021년 처음으로 공모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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