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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약인데…제주 감염병 전문병원 또 삭감
기재부, 실시설계비 1억원 한 푼도 반영 안해
사업비 500억 넘을 껏 뻔해… 사전 예타 요구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4. 10.31. 17:26:27
[한라일보]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제주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계획이 기획재정부에 번번이 가로 막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기재부는 제주에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려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부터 받아야 한다며 이번에도 예산을 모조리 삭감했다.

31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제주 권역과 수도권 서부권역 감염병전문병원 실시설계비로 각각 1억원을 편성했지만 지난 9월 기재부 심의에서 전부 삭감돼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독립 병동을 갖춰 감염병 치료를 전담하는 의료기관으로, 윤 대통령의 제주 공약사업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2016년 실시한 용역에서 제주, 수도권, 호남 등 전국 5개 권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 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설립 후보 권역이 5개에서 7개로 늘었다. 7개 후보 권역 중 지금까지 설립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곳은 제주와 수도권 서부 권역 등 2곳이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절차는 '예산 반영-설립 권역 선정-의료기관 선정' 등 예산부터 확보해야 나머지 단계로 나갈 수 있는 구조다. 이중 실시설계비는 예산 확보 과정의 첫 관문으로 이 예산이 반영돼야 비로소 설립 절차가 시작된다.

기재부는 질병청이 요청한 제주지역 실시설계비를 삭감한 이유로 예타를 받지 않는 등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점을 내세웠다. 예타는 국가 재정 투입 규모가 300억원 이상이면서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하는 제도를 말한다.

감염병전문병원 국가 투자 규모는 36병상 건립에 필요한 비용과 실시설계비 등 450억원으로 못박고 있지만, 지금까지 선정된 각 권역 병원들이 36병상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며 전부 자기 자본을 투입해 병상 수를 늘리는 등 총 사업비가 500억원을 훌쩍 뛰어넘자, 기재부는 제주 등 나머지 후보 권역엔 예타부터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실시설계비를 먼저 반영해 병원 선정까지 마친 뒤 사업비가 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예상되면 이후 경제성을 분석하는 '사후 예타'를 거쳤지만, 기재부는 제주의 경우 앞선 사례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업비가 500억원이 넘을 것이 뻔하다며 '사전 예타'를 통과해야 예산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는 기재부를 설득하기 위해 주무부처인 질병청에 '설립 권역 우선 선정-공모 후 감염병전문병원 예비 지정-예타 통과-본 지정' 등으로 설립 절차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수년째 한발짝도 못나가는 후보 권역 지위에서 벗어나 예비 지정 후 예타를 받으면 기재부 요구까지 해결된다는 것이 제주도의 생각이었지만 질병청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도는 국회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심의 과정에서 증액하거나 신규 설치한 예산은 반드시 기재부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황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도 관계자는 "과거에도 기재부가 삭감한 실시설계비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되살려졌지만 결국 기재부 반대로 2년 연속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었다"며 "(이번에도 예산 부활을 위해) 국회 설득에 주력해야겠지만, 기재부 입장 변화가 없다면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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