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노래 가사 속에 담긴 뜻을 먼저 만난다. 광복 이전에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노래가사다. 함께 부르며 애향심을 키웠을 것이다. <조선반도 극남단 제주 협재리 / 경치 좋고 화려한 이곳이로다 / 동남에는 높고 높은 한라산이요 / 서북에는 넓고 넓은 맑은 바다라 / 북편에 우뚝 솟은 장한 비양도 / 북풍한설 막아서 있고 (중략) 재암굴 속 솟아나는 샛굴물은 수만인의 남녀노소 목욕통이요 / 명사중에 솟아나는 맑은 통물은 수백호의 좋은 인심 기려 마시네> 마을공동체에 대한 자긍심 교육을 통해 애향의 가치관을 불어 넣어주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눈여겨지는 것은 마지막 대목이다. 같은 물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좋은 물과 좋은 인심을 결부시킨 것. 협재리는 진취적이고 선각자적인 인사들이 많이 배출된 곳이라는 것을 이 마을 노래의 연원을 찾아가면 더욱 확신하게 된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32㎞ 지점에 위치한다. 동쪽은 옹포리, 서쪽은 금능리, 남쪽은 상명리와 월림리가 이웃해 있다. 마을 속으로 깊이 들어가보면 관광자원의 보물창고다. 채암천과 세심천,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소천굴과 한림공원 안에 있는 쌍용굴 등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곳에서부터, 70년대 초반에 개척정신을 발휘해 황무지를 아름다운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킨 한림공원까지 마을 전체를 돌아다니다 보면 끌리는 곳이 수두룩 하다. 그래서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와 관광숙박시설과 요식업소를 차려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투자 가치가 높은 마을이라는 현실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어르신들이 전해주는 설촌의 역사는 8백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挾才라는 마을 명칭은 인재들의 영향력이 두루 펼쳐진 마을이라는 유교적 이상을 담고 있다. 마을 이름에 책임을 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 많은 인재들이 배출돼 세상에 공헌하고 있으니 마을 이름 자체가 소중한 훈육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한 선조들의 지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추억하는 어린시절 모습은 이렇다. "옛날에는 모래밭이 많았지요, 척박한 땅을 이겨내는 방법은 오직 하나였어요, 부지런!" 세상에서 가장 존경 받는 부자는 '부지런 부자'라고 하는 제주인들의 정신적 자양분을 가득 담고 있는 운명적인 마을이다. 주변 마을 사람들도 인정하는 것이 '지독하게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는 인식. 장성민 이장에게 협재리가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자긍심을 물었더니 대뜸 한 단어로 대답하였다. '주인의식' 마을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겠지만 마을의 일을 결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조상 대대로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어디든 당연하리라 생각하겠지만 협재리가 해수욕장 운영에서부터 마을 현안들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과정들을 보면 근본적으로 '무슨 집안일 대하 듯'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소중한 마을 발전 역량이 있을 수 있을까? 작년부터 시작하여 5년 동안 진행되는 '농산어촌 개발 / 행복한 삶터 조성'이라고 하는 해양수산부 사업을 협재리가 추진하게 된 것도 이러한 주민들의 결집역량을 높이 평가하여 이뤄진 것이리라. 이 사업이 완료된 이후의 협재리 모습은 이전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지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마을도 경쟁력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절감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마을공동체의 노력이 눈부시다. <시각예술가> 바람과 모래 풍경 <수채화 79cm×35cm> 눈부신 바다를 위하여 <수채화 79cm×35cm> 한 화면에 담을 수 없어서 안타깝게 생각한 위치가 협재포구. 여기에서 발견하는 놀라운 공간감은 의미가 엄청나다. 빛의 환타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넓고 시원한 장소를 통하여 '힐링공화국'이라도 선포하고 싶은 여기. 바닷바람이라도 시원하게 부는 날이면 가슴에 쌓였던 낡은 생각, 버려야 할 것들은 모두 씻어내는 마력을 가진 곳이다. 숲과 바다가 모래사장을 사이에 두고 만나면 눈부심이 더욱 찬란하다는 것을 면적대비 속에서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밝게 빛나는.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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