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상의 유사성만으로 중의 밥그릇같이 생겼다고 해석 [한라일보]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산1번지다. 표고 763.4m, 자체 높이 213m, 둘레 4694m, 저경 1643m이다. 오름의 평균 자체 높이가 81m이니 대략 그 3배에 달하는 매우 높은 오름이다. 오른쪽에 바리메가 보인다. 왼쪽으로 연결된 낮은 오름이 족은바리메(각씨묘)이다. 노꼬메에서 찍었다. 이 지명 발산(鉢山)의 발(鉢)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바리, 바리때를 의미하는 훈독자, 산(山)은 메의 훈독자라 한 책이 있다. 이런 해석은 이 오름 입구에 간판과 비석에도 그대로 새겨 놓았다. 지명에 박혀 있는 언어가 고대어임을 망각하고 현대어로 착각한 결과이다. 바리때는 절에서 쓰는 스님의 공양 그릇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제주도에 불교가 널리 성행한 이후에 이 오름의 지명이 생겼다는 뜻이 된다. 제주도에 불교가 전래된 시기는 대체로 6세기 말경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까지 이 오름의 이름이 없다가 이 이후에나 생겼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오름이 특별히 불교와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바리메오름엔 샘이 있다. 역시 가메오름, 바메기오름, 노꼬메, 왕이메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바리메의 '메'는 산(山)이 아니다. 샘이 있는 오름이라는 뜻에서 이렇게 부른다. 그렇다면 '바리'란 무슨 뜻일까? 바리를 발(鉢)로 표기한 건 훈가자 표기일 뿐이다. 즉, '발(鉢)'의 훈 바리때 혹은 바리인데 그중 바리만을 취하여 읽으라는 취지로 쓴 것이다. 이걸 음상의 유사성만으로 중의 밥그릇같이 생긴 데서 이렇게 불렀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바리'란 '불룩한', '부풀어 오른 부분’을 나타내는 말 '바리메'의 '바리'란 '불룩한', '부풀어 오른 부분'을 나타내는 말이다. '큰'이라는 뜻으로도 사용한다. 알타이 제어에서 '불라'를 공통 어원으로 다양하게 파생했다. 가운데 보이는 작은 오름이 안천이오름이다. 족은바리메에서 찍었다. 김찬수 일본어에서는 고일본어에서 '바라-(ばら-)', 현대 도쿄어에서 '하라-(はら-)'로 나타나는데, '부어 오르게 하다'의 뜻으로 쓴다. '바리메'란 '샘이 있는 불룩하게 솟은 오름'이란 뜻이다. 붉은오름, 흙붉은오름, 밝은오름 등이 불룩하게 솟은 오름에 해당한다. 바리메 거의 가까이 붙어 있는 아주 낮은 오름을 '보릿자배기'라 한다는 채록이 있다. 이 지명 풀이가 재밌다. 오름이 마치 보릿가루를 반죽하여 국에 조금씩 떼어내 만든 '보릿자배기' 또는 '자배기(수제비)' 같다는 데서 붙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엉뚱한 해석이다. 바리메의 '바리'와 보릿자배기의 '보리'는 같은 말이다. '자배기'란 수제비가 아니라 '낮은 오름' 혹은 '얕은 오름'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보릿자배기란 불룩하게 솟은 오름 곁의 아주 낮은 오름을 지시하는 대비지명이다. '자배기'는 새제비, 우진제비, 자배오름 등과 어원을 공유한다. 보릿자배기, 각씨묘, 안천이오름, 모두 고대어 기원 바로 옆에는 족은바리메가 있다. 바리메에 비해 작다라는 뜻의 대비지명이다. 표고 725.8m, 자체 높이 126m이다. 해발고로 볼 때도 작을 뿐만 아니라 자체 높이도 훨씬 낮다. 둘레 3113m, 면적 688,020㎡, 저경 1110m로 규모에서 바리메에 비해서 작다. 족은바리메는 각씨악(角氏岳), 각씨묘(角氏墓), 소발봉(小鉢峯), 소발이악(小鉢伊岳), 소발이악(小發伊岳)으로도 쓴다. 각씨악은 각씨오름의 한자 차용 표기, 각씨묘(角氏墓)는 각씨묘의 한자 차용표기라 설명한다. 문제는 바리메가 무슨 뜻인지, 왜 각씨묘라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한 것인데 정작 본질은 슬쩍 피해 버리고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은 꼴이다. 각씨묘란 각씨메의 변음이다. '각씨'는 이후 나오는 여러 지명에서 추가로 설명할 기회 있을 것이지만, 이 말은 알타이 제어에서 '바위'를 지시한다. 족은바리메의 정상 부분이 바위로 되어있다는 데서 이런 지명이 붙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바리메오름은 '샘이 있는 불룩하게 솟은 오름', 보릿자배기란 '바리메 곁의 아주 낮은 오름', 각씨묘란 '정상 부분이 바위로 되어있는 오름', 안천이오름은 '작은 오름'이라는 뜻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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