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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오은지의 백록담] 제주비엔날레, 도민과 소통할 준비 됐나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24. 11.25. 02:00:00
[한라일보] 제주 최대 규모의 국제미술행사인 제주비엔날레가 26일 네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내년 2월 16일까지 83일간 이어지는 제주비엔날레는 이번에 4회째를 맞지만, 2회째 행사가 취소되면서 사실상 세 번째 열리는 행사다.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차별성 및 도민 관객 확보, 인지도 제고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제주비엔날레는 도민 공감 속 대중성과 새로운 이슈·담론 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도약의 새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지난 2017년 첫선을 보인 제주비엔날레는 격년제 미술제로 추진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속 일정 연기가 거듭되고 내부 갈등과 예산 미반영 등 여러 어려움에 부딪히며 2022년 5년 만에야 다시 닻을 올렸다. 2021년 최종 취소된 제2회 행사는 '개최되지 못한 비엔날레'로 남았고, 이후 열린 행사는 혼선 방지를 위해 '제3회'로 치러졌다.

명맥은 이어오고 있지만 별도의 상설 전담 조직이 없는, 인력 부족의 구조적 문제는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상설팀 부재를 비롯 예산이 비엔날레 개최 해에 확정되고 이후에야 사무국이 꾸려지면서 준비 기간이 빠듯한 제주비엔날레의 구조적, 절차적 문제는 비엔날레의 안정성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도 여전히 독립된 조직위원회 없이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하며, 상설팀 부재 속 용역으로 사무국을 꾸렸다. 예산이 축소(제3회 18억5000만원→제4회 13억 원)된 가운데 총감독은 공모 없이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이 맡았다.

네 번째 행사를 앞둔 제주비엔날레가 안고 있는 과제 중 하나는 도민과의 소통 부족이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제주비엔날레와 도민과의 거리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지난해 제주도립미술관이 진행한 제주비엔날레 성과평가 설문조사(도민 1000명과 문화예술관계자 204명을 대상으로 면접 및 이메일 조사 병행 진행) 결과 도민 관람 경험률은 겨우 3.1%에 그쳤다.

또 도민들의 제주비엔날레 인지율은 46.8%로 절반을 넘지 못했고, 제4회 제주비엔날레 관람 의향은 52.9%(문화예술관계자 응답률은 94.1%로 큰 격차 보임)로 겨우 절반을 넘겼다. 도민들이 인식하는 제주비엔날레의 홍보·소통 평가는 '미흡'하다는 응답률이 61.8%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제주에서 열리는 행사임에도 도민들에게는 멀게 느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축제는 지역민들의 경험 속에서 자리잡는다. 경험한 이들의 기억과 추억이 더해져, 이를 바탕으로 뿌리내릴 가능성이 생긴다.

비엔날레가 도민들에게 낯선 행사로 인식된다면 지속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여질 수밖에 없다.

후발주자이자 개최 역사가 짧은 만큼 제주비엔날레가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도전과 조율,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일각에서 지적하듯, 단순히 명맥을 이어가는데 그치지 않기 위해선 지속 가능성과 대중성을 확보하고 제주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보다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오은지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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