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최근 3년간 알츠하이머병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연구 성과는 지난 30년간의 연구 성과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물론 이러한 성과는 이전의 수많은 실패를 딛고 이루어진 결과다. 2024년 8월, 알츠하이머병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알츠하이머병과 치매'에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진단 기준이 발표됐다. 이 발표의 핵심은 알츠하이머병의 생물학적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인 'p-tau 217'이 진단 기준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즉, 'p-tau 217'이 혈액 검사로 발견되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알츠하이머병은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주로 임상 증상을 중심으로 진단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 생물학적 진단을 위해 고가의 아밀로이드 PET 검사나 침습적인 뇌척수액 검사가 필요해 이를 활용하는데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바이오마커인 'p-tau 217'은 기존 검사법과 비교해도 진단 정확도가 비슷하며, 피검사를 통해 간단히 검사할 수 있어 의료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p-tau 217'은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타우 단백질의 특별한 형태이다. 알츠하이머병에서 타우 단백질은 비정상적으로 변형돼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 타우와 관련된 병변은 일반적으로 아밀로이드 병변 이후에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의 타우 PET 검사는 진단적 가치보다는 병의 진행 상황을 평가하는 도구로 더 많이 활용됐다. 그러나 'p-tau 217'은 특이하게도 타우 병리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전에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반응해 생성되며, 아밀로이드 PET만큼 정확하게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바이오마커는 혈액 검사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선별할 수 있다는 점은 진단 비용을 크게 줄이고 환자의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손쉽게 검사가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p-tau 217' 을 활용한 조기 진단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들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치료 효과를 모니터링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내년에 전 세계적으로 시행될 알츠하이머병 신약 3상 연구에서는 기존의 아밀로이드 PET 대신 'p-tau 217'을 사용해 알츠하이머병을 생물학적으로 진단할 예정이다. p-tau 217 혈액검사법이 상용화되기까지는 검사 방법의 표준화, 검사 비용 절감, 그리고 다양한 인구집단에서의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지만, 'p-tau 217'이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가져올 획기적인 변화는 분명하다. 이 발견은 알츠하이머병의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p-tau 217'을 통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항아밀로이드 치료를 조기에 시작할 수 있다면, 치매 극복의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박준혁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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