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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급증하는 고독사] "맞춤 행정·지역사회 관심 필요"
2023년 도내 고독사 51명… 증가율 전국 최고 수준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입력 : 2024. 12.09. 02:00:00

제주시 아라동에 사는 C씨의 집에 발 디딜 틈 없이 쓰레기가 쌓여 있다. C씨는 가족을 비롯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끊긴, 사실상 은둔 상태였다. 과거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얻게 된 언어 장애와 왼팔의 불편함으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아라종합사회복지관은 친밀감을 쌓으며 C씨를 수차례 설득한 끝에 집에 쌓여 있던 쓰레기를 치울 수 있었다. 한라일보 DB

제주시, 전수조사 통해 위기가구 발굴·맞춤형 서비스
전세계 ‘노인 외로움’ 지역사회와 함께 해소책 모색


[한라일보] 지난 4월 제주시내의 한 여관에서 70대 노인이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이 노인은 사망한지 2년이 넘은 것으로 밝혀졌다. 노인은 일본에 거주하는 건물주를 대신해 여관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2019년 여관이 폐업하면서 홀로 지내왔다. 담당 공무원이 수차례 거주지를 방문했지만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담당 공무원이 관리자에게 객실 문을 개방할 것을 요구하면서 주검이 발견됐다.

고독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보건복지부가 얼마전 내놓은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최근 2년간(2022~2023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고독사 현황·특징을 조사한 결과다. 고독사 사망자는 2021년 3378명, 2022년 3559명, 2023년 3661명으로 꾸준히 늘어 왔다.

제주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제주지역 고독사는 지난 2017~2019년 사이엔 매년 12명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2020년 27명, 2021년 44명, 2022년 53명으로 큰 폭 증가했다. 2023년엔 51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제주지역 고독사 증가율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고독사 예방을 위한 선진국·지자체들의 노력은 다채롭다.

일본은 지난 2007년 국가 차원에서 '고독사 제로(zero)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독사 고위험군을 대상자로 선발해 '안심카페' 등과 같은 공동체 소통 공간을 운영하며, 고독사 예방 전화를 설치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은 인간의 '외로움'을 국가 정책 의제로 다루고 있다.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직'을 신설했다. 외로움부는 우울증·고독·분노 같은 개인의 고독·고립 문제를 지역사회와 함께 풀어가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내놨다. 이를 토대로 고독사 위험군 발굴 지원을 위한 인적·물적 안전망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고독사 실태파악 주기도 1년으로 단축, 사망자 현황과 위험군의 서비스 욕구 등을 더욱 정교하게 살피기로 했다.

제주시 또한 고독사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제주시는 올해 장년층 1인 가구 실태조사를 두차례 실시했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한 1인 가구 안부살핌 서비스 ▷취약계층 1인 가구 안전 확인 건강음료 지원 ▷중장년 1인 가구 자립지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고독사 위험군 안부살핌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1인 가구에 대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5월 지역내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기초생활수급자 1만3600여 가구 가운데 1인 가구는 전체의 81.4%에 이르는 1만1000여 가구로 분석됐다. 제주시는 발굴된 고위험 가구에 대해서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연계 지원하고 있다.

홀몸 어르신 돌봄사업에도 행정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 2~3차례 건강음료·식품을 전달하며 건강상태·위험요소를 살피고 있다. 저소득층 홀몸 어르신 400명에게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제공중이다. 홀몸어르신·장애인 가구에는 온라인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을 확인하고 응급상황 발생시엔 구조·구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스마트 노인돌봄 서비스 사업도 시행중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사회적 단절과 함께 노인인구가 늘면서 지역내 고독사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정례적인 전수 조사를 통해 위험군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기 대상을 적극적으로 발굴, 연령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고독사를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현영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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