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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유의 특별기고] 제주 정책의 킹핀(Kingpin)을 찾아라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4. 12.12. 02:30:00
[한라일보]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런 애쓰모글루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많은 구성원의 경제활동 참여가 보장된 포용적 경제제도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이라 했다. 개인의 생산성 제고 노력을 유인하는 포용적 제도를 갖춘 한국의 경제발전이 국가 성공의 대표적 사례라고도 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작년 8월 '혁신과 기술을 활용한 경제개발 성공사례'에서 우리나라를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한 '글로벌 모범사례'로 꼽았다. 경쟁을 촉진하고 인프라·기술·교육 투자로 생산성을 높인 게 비결이라 강조했는데 혁신 의지를 갖춘 인력의 양성이 핵심인 셈이다.

고물가와 저성장으로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도 과거의 화양연화(花樣年華)에 취해보자는 게 아니다. 세계 경제전쟁에서 분투한 한국경제의 정책적 노력을 반추해 보면서 제주도의 몫을 키우는 길잡이를 찾아보려는 소망에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주경제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평균(3.0%)의 두배 이상(6.4%) 연평균 성장했으나 이후 어려움에 처하고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건설 경기 위축, 내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의 비중이 작고 생산성이 낮은 관광과 서비스업에 편중된 산업구조가 문제의 근원이다. 제주경제가 코로나 팬데믹 같은 위기에 취약하고, 청년층이 높은 임금의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제주도를 떠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도정에서 나름 정책적인 노력을 하고 있겠지만 도민들의 소득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젊은이들을 제주에 머물게 할 수 있는 건설적인 해결책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볼링게임에서 10개 핀을 모두 쓰러뜨리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핀을 킹핀(Kingpin)이라 한다. 정책에도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되는 킹핀이 있다. 신산업 창출, 농·수·축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 제고, 취약계층의 삶의 질 개선 등 정책대안이 있겠지만, 필자는 우수한 인력의 양성이 킹핀이라 생각한다. 우수인력이 있어야 신산업도 창출되고, 기존 산업의 혁신도 가능하며, 좋은 기업 유치도 실현된다. 제주도정이 인력양성을 위한 큰 비전을 세우고 도내 대학과 관련 공공기관들이 여기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주도로 이전한 국가기관들도 기존 기능에 관계없이 활용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필자가 속한 공무원연금공단도 지역 인력양성에 공헌할 준비가 되어 있다.

송성대 전 제주대 교수는 '제주문화의 원류'에서 제주인의 정체성을 해민정신(海民情神)이라 정의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오면서 내면화된 도전, 자립 그리고 지역을 위한 협동정신을 아우른다. 4차 산업혁명 가속화, 기후변화 진전, 비대면 디지털화 확산 등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제주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책임질 인력의 양성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덕목이다. 머지않아 도전정신이 충만하고 자립심이 강하면서도 공익을 위해 협동하는 우수한 젊은이들이 제주의 미래를 개척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문성유 공무원연금공단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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