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2024년 12월 3일 밤에 벌어진 상황에 어리둥절하거나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필자에게도 45년 전의 비상계엄이 소환된 시간이었다. 한국은 혼란 상태에 놓였지만 12월 10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방송으로 지켜본 시상식은 우아했고 품위가 넘쳤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곡이 시상식을 이끌면서 그들의 예술을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시상식에 이어진 만찬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은 한국인의 자부심을 확인시켜 준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시상식 전에 진행된 한강 작가의 작품 낭독회에서 우리말소리를 감상하는 스웨덴 독자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즐거움은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한국어의 입말이 세계 언론에 노출되는 효과를 목격한 셈이다. 한강 작가는 어린 시절에 연필을 또박또박 눌러쓰면서 한글을 익혔을 것이고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의 결과물, 문학 작품을 한글로 창작하고 있다. 현실세계의 것들을 언어로 분절하고 추상화하여 예술적으로 보여주는 작가들의 고뇌와 에너지는 엄청난 것이리라. 그리고 우리에게는 글말을 시각 예술로 승화시킨 한글서예도 있다. 화선지에 먹물과 붓으로 구현한 글말을 보면 한글의 디자인적 다양성과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글서예 교육과 연구에 전념해 온 한곬 현병찬 (사)제주도한글서예사랑모임 이사장이 올해 제63회 제주특별자치도문화상 예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한 참이다. 소암 현중화, 청탄 김광추, 해정 박태준, 청계 김성택을 잇고 있는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로서 제41회 세종문화상 예술 부문(대통령 표창) 수상자(2022년)이기도 하다. 그가 헌신해 온 한글서예의 업적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노벨상 시상식이다. 제주도내 많은 기관과 가정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나 서예가로서의 여정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어떤 마음으로 서예의 길을 걸어왔는지, 서예 연구를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면 좋겠다. 21세기 디지털시대에 우리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떤 것들을 원하기도 한다. 한글서예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우리를 품어주는 다정한 예술이다. 현병찬 이사장이 한글서예에 담은 제주인의 삶의 모습과 정신을 후속세대들이 배울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제주특별자치도문화상은 역사가 깊은 영예로운 상인만큼 시상식과 함께 수상자들이 걸어온 과정을 다양한 세대의 도민들이 직접 접할 수 있는 자리와 시상 분야별 관련 이벤트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제주의 정신이 무엇인지 도민 스스로 발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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