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오피니언
[허수호의 하루를 시작하며] 교실 CCTV 설치, 신뢰의 회복인가 불신의 극단인가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5. 04.02. 02:30:00
[한라일보]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범죄자를 체포해 범죄율을 크게 낮추는 시스템을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사건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를 신뢰하며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는 정해질 수도 예견할 수도 없다. 영화 속에서도 결국 그 시스템은 잘못된 미래를 예견하는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대전에서 안타깝게 초등생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악스러운 것은 범행이 정상적인 학교운영 시간에 일어났고, 범행 주체가 교사였다는 점이다. 이는 학교라는 공간을 신뢰하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충격을 줬다. 한편 지난해에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서이초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후 여러 교사들이 뒤따라 자살하거나 충격적인 민원 사례들이 세상에 드러났다.

연이은 충격적 사건들은 공교육에 대한 신뢰 기반을 흔들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만들어 서로가 대척점에 선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교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법안은 그러한 불신의 끝을 보여준다. 과연 교실에 CCTV를 설치하면 더 신뢰가 형성되고 악성 민원이 줄어들까? 이러한 감시의 미시화 현상을 '초감시 사회'라 부른다. 과도한 감시는 더 미세한 영역에서 불신을 만들어낸다. 감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또 다른 감시가 필요하게 되고 겹겹이 쌓인 감시망들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상대에 대한 불신은 작은 불씨에도 대형 화재로 이어지고 결국 서로를 소진시킨다.

어느 학부모가 교사에게 악성민원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모든 학부모를 문제시할 수 없고, 한 학교에서 교사에 의해 예견하기 힘든 범죄가 일어났다고 모든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여길 수도 없다. 개별 사례의 특수성이 사회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불신의 사회로 접어들어 어떤 것도 믿지 못하게 되는 현실은 비극적이다. 마치 영화 '부산행'에서 좀비를 피한 생존자들이 서로를 의심하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서로에 대한 불신의 근거들을 찾아 확증 편향적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닌지 서로 돌아볼 때다. 개별적 사건들로 인해 특정 집단 전체를 향한 불신과 공포를 키우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 서로를 향한 불신의 벽이 높아질수록 사회는 더 분열되고 취약해진다.

불행한 사건들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는 필요하지만 더 큰 사회적 비용과 갈등,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을 검토하고 숙의를 통해 건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기본적 신뢰와 존중의 회복일 것이다. 지금은 비극적 사건들에 대한 애도와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현상에 매이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시선이 필요한 때이다. <허수호 교육성장네트워크 꿈틀 대표>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