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혜의 편집국 25시]30분 전

[강다혜의 편집국 25시]30분 전
  • 입력 : 2021. 06.10(목)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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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후 내 몸 속으로 다소 생소한 물질이 들어오는 장면을 자주 그리게 된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가 사뭇 궁금하다. 촉감은 따끔할지, 묵직할지, 뻐근할지. 온도는 뜨끈할지 차가울지.

일상을 영위해야 한다면 백신 접종은 이 시대의 조건이 된 듯하다. 다만 그리 오랜 역사가 있는 예방주사가 아니어서 조금은 불안하다고들 한다.

접종 기준은 조금 더하다. 인간이 30년을 기준으로 환골탈태하는 것도 아닐텐데, 생체 나이로 갈라지는 접종 기준 또한 불안감에 박차를 가한다.

고대하던 백신이 나왔지만 그 앞에서 또다시 양가감정에 놓여 있다. 수량을 제때 확보하고 배분하지 못한 것을 질책하면서도, 접종 후 나타난 중대 부작용 사례를 보면 천하에 몹쓸 약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한다. 한 발 더해 돌파감염 사례까지 보자면 까딱하면 부작용에 당첨되는 러시안룰렛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도 그 소기의 목적을 고려해보면 맞아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진다. 백신은 감염 위험을 낮춰주기 위해 수동적으로 집단면역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이다. 개인 건강 증진 또는 치료제가 아닌 탓이다.

나 혼자 산다면 백신 접종따위 안하고 사는 게 답이겠지만, 산기슭에 묻혀 유유자적 독야청청하는 수도자가 아니기에. 내가 아무리 건강하다고 자부해도 이 사회엔 나보다 건강한 이들보다 건강하지 않은 이들이 수두룩하고, 나는 감사하게도 내가 그들에게 주는 것보다 그들로부터 훨씬 많은 것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백신은 개인에게 사회생활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약자를 보호하는 영향도 갖는다. 접종 여부를 고민할 때 사회에서 내가 받은 것을 고려하기 앞서 잠재적 부작용 등 내가 볼 수 있는 손해에만 집중한다면 편협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강다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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