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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에서 이 한 권의 책을] (5)사투리 회화의 달인
가족이 된 제주 할머니가 손자에게 전하는 ‘또똣헌’ 마음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7.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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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회화의 달인


제주의 시골 마을에서 평생 감귤 농사만 짓던 부춘심 할머니와 서울에서만 살던 기준이가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이 되었다. 바로 기준이의 엄마가 재혼했기 때문. 기준이는 엄마와 아빠의 외국 출장 때문에 방학 동안 제주도의 새할머니와 지내게 된다. 알아들을 수 없는 제주어와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골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어느새 기준이는 할머니의 언어(제주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할머니의 비밀까지 알게 되면서 싫어했던 할머니를 좋아하게 된다.

이 책은 서로 다른 환경,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할머니와 기준이를 통해, 솔직한 자기 모습을 보이고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는다면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내 삶에 그 사람을 초대해보면 어떨까?

<저자 문부일, 출판사 마음이음>



제주에서 만난 낯선 언어·문화
당황했던 손자 차츰 바뀌는 모습
서로 다른 언어와 환경이라도
상대에 귀 기울이면 소통 가능


▶대담자

▷김희영, 박세은, 심지혜, 박항아 :'책 읽는 부모' 독서 동아리(바쁜 부모들을 위한 책 읽는 시간 갖기 프로젝트 동아리)

▷노수미 :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동화작가

'사투리 회화의 달인'을 읽고 제주어와 제주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읽는 부모' 독서 동아리 회원들. 왼쪽부터 심지혜, 박세은, 김희영, 노수미씨.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제공





▷노수미 : 이 책 '사투리 회화의 달인'을 대담 도서로 선정하신 이유가 궁금하다.

▷김희영 : 객지에서 제주로 이주한 후, 제주 사투리를 잘 알아듣지 못해 어려움이 있었다. 이 책은 사투리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줄 것 같았다.



▷노수미 : 그럼 다른 분들도 제주 사투리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나?

▷심지혜 : 직장에서 화상 회의를 하는데, 직장 동료가 다른 상사에게 상당히 예의 없는 말을 하는 거다. 그래서 단톡방에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다."라고 올렸는데 알고 보니 그 말은 제주에서는 일상적으로 쓰는 평범한 말이었다. 또 어미가 '~거?'로 끝나는 말이 많은데, 제주에서는 일상적으로 쓰는 평범한 말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반말로 사용되는 표현이라 이런 부분은 아이들이 잘못 사용하게 될까봐 걱정이 된다.

▷박항아 : 제주도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제주로 이주하신 분들이라 제주 사투리를 모른 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제주어는 표준어와 차이가 크게 나는데 지혜님 말씀처럼 '타인을 비하하거나 비아냥거리는 의미'가 아닌데도 그렇게 느껴지는 말들이 좀 있는 것 같다.

▷박세은 : 경상도 출신인데, 경상도 말이 매우 투박하다. 부모님과는 친구처럼 대화하며 자랐는데, 친구들이 "너, 부모한테 너무 버릇없는 것 아니야?"라고 말할 정도였다. 결혼 후 시어머니께도 편하게 말해서 오해를 많이 사기도 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제주도로 이주한 후, 제주의 말투가 정겹고 편하게 느껴졌다. 사투리를 심하게 쓰시는 분들의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소리 지르듯 이야기해도 아무렇지도 않고 즐겁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노수미 : 그럼 이 책에 등장하는 제주어 표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심지혜 : 이 책에 할머니가 손자 기준이에게 말하는 '혼저 오라'는 말을 기준이가 알아듣지 못하고 "혼자 가고 있는데 왜 자꾸 혼자 오라고 하는 걸까?"라는 대목에서 빵 터졌다. 제주어를 잘 모르는 아이의 시점으로 글이 잘 쓰인 것 같다. 하지만 약간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이 책에서는 기준이가 할머니의 사투리를 이해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가며 뜻을 알려고 노력하는데 사실 아이들이 사투리를 사전까지 찾아가면서 배우지는 않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아이가 할머니의 사투리를 너무 잘 알아듣는 거다. 영어 학원에 다니면서 외국어에 일찍 귀가 뜨인 걸까? (웃음)



▷노수미 : 이 책에 등장하는 가정은 어떤가? 엄마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키우면서 재혼한 사례다. 이 책을 보면 할머니가 새 손자인 기준이와 친해지려고 일부러 사건을 만들어 기준이가 할머니와 제주에서 살게 된다.

▷박항아 : 뻔한 가정이 아니어서 좋았다. 새아빠가 아이랑 사이도 좋고 할머니도 처음에는 결혼을 반대하지만, 나중에는 찬성한다. 주변에서 아이가 있는 여자랑 결혼한다고 하면 시골 마을에서 어떤 말이 오갈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 주변에서 하는 말을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할머니가 처음에는 악역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기준이의 엄마와 새아빠가 주변의 시선에 마음을 다칠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심지혜 : 제주 토박이면서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할머니는 흔치 않을 것 같다. 할머니로서는 아들이 남의 자식을 키우는 거라 아들의 결혼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할머니가 위암 수술을 받고 나서 반대했던 결혼을 찬성하는 걸 보면 '인생 별거 있나.'라는 마인드를 나중에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러나 할머니가 손자와 친해지기 위해 사건을 꾸며낸 설정은 좀 과한 것 같다.



▷노수미 : 그럼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신다면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은지?

▷박세은 : 제주도가 변하고 있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사투리도 심하게 쓰지 않고, 결혼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시각이 많이 변하고 있잖은가. 또 제주도 땅값이 엄청나게 올라서 제주 사람들한테 땅 팔라고 업자들이 계속 찾아오거나 고모할머니가 땅을 팔다가 사기를 당할 뻔한 일들을 보면서 최근 제주도가 변화하고 있는 부분을 잘 드러낸 것 같았다.

▷심지혜 :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부춘심 할머니처럼 '내 인생이니까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겠다.'라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박세은 : 좋은 문화는 계속 지켜나가면 좋겠다. 제주어도 잊히지 않고 지켜냈으면 한다.

▷김희영 : 이번 대담에서 제주어와 제주 문화를 많이 알게 되어 그 부분을 추천하고 싶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독서 동아리 '책읽는 부모'


책을 읽고 싶은데 읽지 못하는 부모들을 위해 2021년 4월부터 시작한 '책 읽는 부모'는 읽고 싶은 책을 샀는데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 책장의 장식품이 되어버린 경험과 그만 작별하고 싶은 여섯시간 스튜디오 공간지기의 사심이 가득 들어가 있는 독서 모임이다. 그래서 책을 선정해서 읽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각자 집에 쌓아 둔 책을 가지고 와서 읽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아이들을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낸 후 여섯시간 스튜디오에 모여 오늘 자신이 읽을 책을 소개하고 목표를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각자 독서 시간을 가진 후, 오늘 읽은 책의 감상을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유익하고 즐거운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단 하루, 단 2시간 만이라도 향긋한 커피와 함께 자신을 위한 독서 시간을 갖고 싶은 부모들은 언제나 환영한다. 참여 문의 738-1630 여섯시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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