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년 작가들 시소 타기 닮은 사회에 발언하다

제주 청년 작가들 시소 타기 닮은 사회에 발언하다
'플랫' 첫 기획전 '시소' 주제로 8월 한 달간 델문도뮤지엄
김승민 정재훈 장승원 현은주 평평함 꿈꾸는 예술적 상상
  • 입력 : 2021. 08.04(수) 06:07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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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은주의 '절지'.

'세계는 평평하다'는 번역서가 있었다. 저자는 그 책에서 IT 기술이 세계를 하나로 묶어 '평평해지는'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란 질문을 던지며 디지털화나 자동화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조언을 제시했다.

여기, 제주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들이 바라보는 '평평함'은 그 결이 다르다. 과연 이 세계는 평평한가라고 물으며 균형추가 작동하지 못하는 사회를 향해 예술적 상상력으로 발언한다. 제주대 미술학부를 졸업한 김승민, 정재훈, Thmaz(장승원) 작가가 결성한 '플랫(FLAT)'이 선보이는 첫 전시다. '평평한'이란 뜻을 지닌 영문명인 플랫은 이번에 현은주 작가를 초대해 8월 한 달 동안 델문도뮤지엄에서 4인전을 펼치고 있다.

김승민의 '먹이를 주는 사람들'

정재훈의 '삼나무밈 2'

이 전시에 붙여진 제목은 '시소(SEESAW)'다. 우리가 아는 그 놀이기구를 칭하는 것으로 시소 타기를 닮은 사회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한 쪽이 하늘로 향하면, 다른 한 쪽은 바닥에 내려앉을 수 밖에 없는 시소는 잠깐의 균형을 찾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시소는 태생적으로 기울어짐이 반복되는 기구다.

4명의 작가는 시소와 유사한 세상살이 속에서 평평함을 꿈꾸는 작업을 보여준다. 평평한 화면으로 출력되는 디지털 페인팅 작업을 위주로 20여 점을 내걸었다.

김승민은 "자연이 과연 자연스러운가"라는 의문 속에 인간과 자연이 어느 정도의 균형을 맞췄을 때 그것이 가능할지 탐색했다. 정재훈은 집단, 개인 사이의 오해와 비약이 불러오는 공동체의 분열 등을 작업에 담아냈다. 장승원은 가꾸어지지 않은 풀들이 가득찬 인공적인 공간과 한없이 불안한 사람들 속에서 피어나는 기묘한 꽃들에 눈길을 뒀다. 이들과 함께한 현은주는 장지에 먹과 아크릴 등을 이용해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소외자들에게 던지는 교묘한 혐오를 유충들의 군집 형태로 풀어냄과 동시에 인정 욕구와 그에 대한 반발심이 충돌하는 양가감정을 말한다.

Thmaz(장승원)의 '대답'

전시장 주소는 제주시 연삼로 316(2층).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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