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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觀] 모가디슈에 두고 온 것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1. 08.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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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

팬데믹 시국의 여름 극장가에서 선전 중인 '모가디슈'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관객의 입에서 '웰메이드네!'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완성도 높은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군함도', '베를린', '베테랑' 등 대작 영화를 연출해 온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 구교환 등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닌 배우들의 출연해 화면을 풍성하게 만들어냈다. 이 영화의 영문 제목처럼 '모가디슈'는 '모가디슈로부터의 탈출'에 집중하는 영화다. 갑작스레 맞닥뜨린 타국에서의 내전 상황, 필사의 탈주를 통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남북 외교관들 그리고 그 가족과 직원들의 탈출 성공담이 영화의 목표이자 전부이다. '모가디슈'는 이 목표를 명확하게 이뤄낸다. 곁눈질 없이 목표로 저벅저벅 향하는 이 영화는 우직하고 성실하게 서사를 쌓아 올리고 단단한 기둥과 세심한 디테일로 관객들을 안정적으로 설득해낸다.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 관객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모가디슈'는 친절하다.

 나 역시 영화가 끝나는 순간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이다, 잘 만들었다'라는 영화 내외적 감탄을 동시에 내뱉었다. 극 중 인물들의 탈출이 성공으로 끝나서 천만다행의 심정이 들었고 영화의 엔딩 장면까지 세심하게 조율된 영화의 완성도가 감탄이 나올 만큼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 역시 모가디슈에서 탈출한 듯 이 영화의 감동에서 빨리 빠져나온 것도 사실이었다. 영화 속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없지 않았으나 나는 인물도 사연도 공간도 사무치게 기억나지 않았다. 잘 만든 블럭버스터이자 성공한 탈출극이라는 목표를 모두 성취한 영화는 의외로 특유의 맛과 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모가디슈'는 영화 내적으로는 탈출이라는 목표를, 영화 외적으로는 만듦새와 완성도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영화다. 여기에 더해 케이-블럭버스터의 고질적 병폐로 언급되던 코미디와 신파의 배합으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관습을 철저히 제거했다. '모가디슈'에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극 초중반에 등장하지만 주요 남성 캐릭터 4인방을 제외하고는 분량이 많지 않고 인물들 간의 관계 또한 거의 없다. 이전 블럭버스터들에서 코믹과 신파의 기능으로 쓰였을 캐릭터들이 그 역할마저 부여받지 못하자 '모가디슈'의 조단역들은 다소 애매한 상태로 그저 왔다 갔다 한다. 한두 마디 대사를 치긴 하지만 인상에 남을 만큼 중요한 대사는 아니다. 이것은 소말리아인들 또한 마찬가지다. '모가디슈'는 시작한 지 10여분 만에 이들이 이곳을 탈출해야 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즉 영화 내내 소말리아의 일상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낯선 풍경을 효과적인 영화의 공간으로 만들어낸 반면 그들이 '살고 있던' 소말리아를 담지 못한 것이 이 영화의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일까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민중들의 시위가 연이어 보이지만 그 장면들은 이상할 정도로 반복적으로 느껴지는데다 촬영의 심도 또한 낮아서 탈출극을 위해 연출된 화면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영화가 주요 한인 캐릭터와 주요 소말리아 캐릭터 간의 연관성에 중점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위 장면들에서의 고통과 분노 같은 것들이 전해져 오지 않는 것이다. 어서 한시바삐 '모가디슈'를 탈출해야 하기에 이 영화는 눈물도 말려 버린다. 사실 눈물이 흐를 틈을 만들어 두지 않았다. 그렇게 두 시간 내내 건조한 사막의 모래 바람처럼 버스럭거리던 영화를 보면서 나는 완성도에 대한 감탄과는 별개로 내심 답답하고 지루했다. 마지막 장면이 없었다면 나는 이 영화를 일 잘하는 공무원의 잘 만든 보고서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모가디슈'는 꾹 참았던 농축액을 엔딩에서는 제대로 썼다. 마치 남자는 꼭 필요한 순간에 한 번 운다고 했던 오래전 아버지들의 이야기처럼. 하지만 나는 '모가디슈'가 좀 더 과한 표현의 영화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믹과 신파의 클리셰 효과를 배제해서 얻어낸 세련됨은 분명 있지만 그 태도만이 이 영화의 이야기에 정답은 아니었을 것이다. 순간순간 피어나는 감정의 흐름대로 좀 더 휘청거렸어도 '모가디슈'는 미증유의 시가전뿐만이 아니라 미증유의 감정의 지도를 담아낸 근사한 모험담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가디슈'는 떠나온 곳을 조금도 그리워하지 않는 영화다. 나는 이 영화의 엔딩이 남과 북도 아닌 두고 온 소말리아가 되지 않았던 것이 여전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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