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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의 제주살이] (2)말 타는 관리사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1. 09.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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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고 치우고 닦는 40대 남자
무어라 불러도 될 ‘한 마리 말’
가슴에 기른다면 헛됨 없으리

나는 조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엇비슷하게 내리막 진 목장길을 따라 산책을 나선다. 우리집 좌측 돌담과 접해 있는 말 목장의 말 한 마리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담을 사이에 두고 기어코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꼼짝않고 내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말의 크고 투명하고 예쁜 눈에 반해 즉각적으로 고독이 느껴질 정도이다.

열 한 마리의 말을 기르는 이 목장의 주인은 서울 사람이고, 관리사는 말 운송기사 출신의 사십 대 제주 남자이다. 나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관리사가 말을 타고 목장 밖으로 난 마을 소로를 따라 어디까지인가 갔다가 되돌아오는 걸 목격하곤 한다. 나도 어쨌든 어려서부터 말을 좋아했고, 아직도 언젠가 내 집에서 말을 기르게 되리라는 믿음이 남아 있으므로, 하늘이 청명한 날 검은색 안장을 지우고 흰색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구라도 말을 타고 밖으로 나간다는 것에는 분명히 이끌리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이다.

편한 점퍼 차림에 짧은 부츠만 신고 따각따각 말굽소리를 내며 말고삐를 편안히 쥐고 가는 남자의 뒷모습은 자동차 통행이 많지 않은 조와로를 따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내 마음의 텅 빈 전봇대가 서 있는 로타리를 돌아 조천읍 방향으로 꺾여져 사라진다. 중산간에서 말을 타고 바닷가 가까운 읍내로 내려가는, 거침이 없고 그러면서 연하고 매끄러운 그 모습은 아무리 달리 생각하려 해도 달리 생각할 수가 없는, 본질적인 인간의 아름다운 자세 그 자체이다. 정말 훌륭한 정경이다.

아침 햇살에 젖은 숲을 끼고 귤밭 딸린 동네를 벗어나면 무적을 울리며 올라오는 상상의 배가 있을 것만 같고 마치 그 배를 마중하러 나가는 듯한 나의 아침 산책은 대흘리까지 이어지고 하루는 또 그렇게 어딘가로 벋어가고 있다.

목장길을 따라 되돌아오며 나는 다시 말 관리사를 생각한다. 운동장만 한 목장에 사료를 던져 매일 말을 먹이고 저녁마다 고함을 질러 말을 모아 쇠막에 넣거나 마방에 똥을 치우고 톱밥을 깔며 말을 씻기고 닦아주는 일과 때론 혼자서 지게차를 몰며 창고에 드나드는 일들이 쉬운 일은 아니리라. 어디엔들 왜 삶의 격류가 없으랴. 어느 한 곳에도 기댈 데 없고, 죽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어 말을 끌기 시작했다는 말 관리사의 말처럼 우리가 어떻게 고통을 피할 수 있으며 슬픔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렇지만 무엇이라고 불러도 되는 '한 마리의 말'을 가슴에 기르고 있는 희망과 함께 우리 인생에서 사실 어떤 것도 헛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사랑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말해도 괜찮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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