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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에서 이 한권의 책을] (9)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책, 시작하는 인생과 스러져 가는 인생의 연결고리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11.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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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 이수향·김미은·강창숙씨(왼쪽부터).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제공

요양원에서 낭독가가 된 청년
군상들에 비친 사회상도 함께
"책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책이 있으면 더 나은 삶을 살아"
낭독·필사 등 읽기 방법도 제시


▶대담자

▷이수향 :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

▷강창숙 : 영어 학습 강사

▷김미은 : 자기주도학습 지도사

▷이수향(이하 이) :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를 읽고 난 소감은?

▷강창숙(이하 강) :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요양원을 보면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이 생각났다. 요즘 트렌드가 요양원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저자는 아버지로 인하여 요양원 시스템을 알게 된다. 요양원에서는 모든 일과가 정해져 있다. 자유가 없는 시스템이다. 이에 노인들이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면서 건강관리까지 받을 수 있는 삶을 만들기 위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 책이 노후의 삶에 대한 화두를 던졌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수레국화 요양원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김미은(이하 김) : 그레구아르가 피키에씨의 조언에 따라 책의 제목과 낭독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듣는 사람의 건강 상태 등을 수첩에 적는다. 그리고 그 수첩이 모렐 부인과 작별을 위한 낭독 시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나도 인생 책 목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강 선생님께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언급하시는 걸 보면서 책에 대한 기록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되었다.

▷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나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이 있다면?

▷김 : 맨 마지막 장이 인상적이었다. 피키에씨가 얼마나 책을 사랑했으면 자신의 유분을 제지공장에 뿌려달라고 했을까? 다시 책으로 태어나고 싶었던 것일까? 피키에씨의 책에 대한 애정을 가늠해보게 된다. 책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자전적 소설로 태어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마무리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사리사욕에 차 있는 원장님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현실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강 : 정말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요양원에 풍요로운 행사들이 있으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피키에씨 역시 어느 정도 돈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시도할 수 있었다. 현대에도 요양원의 수준은 다양하다. 요양원에도 빈부격차가 있다. 그래서 노인 복지 분야는 개인이나 민간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 책은 다양한 삶의 모습과 사회적 문제가 등장한다. 요양원에서 보내는 노인의 삶, 무기력한 청년, 성 소수자, 인종 차별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마르크 로제는 유쾌하고 가볍게 풀어낸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 방향성 제시 면에서 좋은 것 같다. 소신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과 다른 방향에 대해서는 마음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하면 '페미니스트'라고 치부해버리는 경우처럼. 성 소수자 문제나 그 외 여러 사회적 현실에 대해서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기에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여러 가지 문제들을 가볍게 풀어냈지만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책이다.

▷김: 강 선생님 말씀에 너무 공감된다.

▷이: '피키에씨는 나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이다. 그분 덕분에 나는 낭독가가 되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노인 요양원에서 허드렛일하는 청년이 낭독가가 되는 과정에는 피키에씨라는 계기가 있었다. 여러분은 어떤 계기로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가?

▷강: 어렸을 때 집이 가난해서 책이 많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 생일파티를 너무 하고 싶어서 내가 용돈 모아 과자를 준비해서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열었다. 그때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선물로 받았다. 그 책이 너무 좋았고, 진짜 많이 읽었다. '책'이라고 하면 그 기억이 난다. 그리고 대학 시절에도 돈이 모일 때마다 책을 하나씩 사서 모았다. 그 책들이 모여지는 과정이 너무 뿌듯했다. 그러한 과정이 책을 좋아하게 만든 것 같다.

▷김: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오빠가 있다. 내가 어릴 때 오빠는 대학생이었다. 오빠에겐 에세이와 철학책이 많았는데 그 책들이 어린 나이에 너무 멋있어 보였다. 또 오빠가 책을 권해주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그런 오빠의 영향인 것 같다. 오빠의 책장에서 보았던 책 때문인지 지금까지도 사람 사는 이야기, 에세이를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

▷이: 처음 수레국화에서 일하기 시작할 때의 그레구아르와 마지막 수도원을 향해 가는 그레구아르는 다른 사람인 것 같다. 그레구아르가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그 원동력이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들에게 책이란 어떤 존재인가?

▷김: 책을 한 문장으로 정의 내려 보았다. 책이란 '거름'이다. 나무는 거름이 없어도 자란다. 책도 없어도 된다. 그런데 거름을 주면 성장도 잘하고, 더 좋은 열매를 맺는다. 책도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책이 있으면 삶이 더 나아진다. 처음 독서 모임을 할 때 부족한 것이 많았다. 하지만 독서 모임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다.

▷강 :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돈을 열심히 모아서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세히 보면 부모만 신이 났지 아이들은 하나도 관심이 없다. 오히려 바닥에 기어가는 개미를 보고 논다. 부모는 이제껏 듣기만 한 것을 실제로 보니까 신기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르니까 고행이다. 그레구아르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지만 책을 통해서 세상에 대해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한 경험이 기반이 되어 그레구아르가 좀 더 씩씩하게 세상으로 나아가리라 생각한다.

▷이: 그레구아르는 낭독가이다. 낭독을 위해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며 책을 읽어 나갔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눈으로 읽는 것과 낭독을 하는 것 혹은 필사를 하는 것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강: 낭독은 좋은 공부 방법이다. 영어독서 모임에서 낭독을 하고 있다. 한 페이지씩 읽는 데 소리 내어 읽으면 발음도 교정되고, 정확하게 띄어 읽게 된다. 공부에 관심이 없거나 문자를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낭독이 정말 좋은 공부 방법인 것 같다. 사실 띄어 읽기가 안 되면 이해도 잘 안 된다. 문자만 읽었지 해독이 안 된다는 말이다. 낭독 모임을 하다 보면 실력이 달라지는 것이 보인다.

▷김: 이 세 가지는 읽기의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눈으로 읽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계이다. 낭독은 텍스트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필사는 오래 기억하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눈으로 읽는 것에서부터 낭독, 필사까지 하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읽기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수레국화 노인 요양원에서 낭독가가 된 청년의 성장소설. 책이란 거름이다. 책이 없어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책이 있으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저자 마르크 로제, 역자 윤미연, 출판사 문학동네>

독서 모임 '오래된 인연'

자녀교육을 위한 독서지도사 교육과정에서 만나 그 인연이 지속되면서 독서 모임이 되었다.

현장에서 독서 지도를 하시는 분들과 함께하다 보니 좋은 책을 추천받아 같이 읽게 되고, 삶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8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앞으로도 계속 이 모임은 지속되리라 생각하는 느긋하고 오래된 독서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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