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좌읍 종달리 지미오름 정상에서 내려 본 전경. '제주 동쪽'에 실린 사진으로 21세기북스 제공.

제주 동서남북 네 권 기획
첫 권으로 조천~표선 담아

경관을 빛내는 인문 자원들


제주 동쪽하면 성산과 우도가 먼저 떠오른다. 현재 제주에서 가장 뜨거운 땅인 그 동쪽 마을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에 담겼다. 제주신화와 굿을 연구하고 이를 창작의 무대로 확장해온 한진오 작가가 쓴 '제주 동쪽'이다. 출판사가 인문지리 시리즈로 기획한 '대한민국 도슨트'의 여덟 번째 책이면서 제주도를 동서남북으로 나눠 펴낼 네 권 가운데 첫 권이다.

'제주 동쪽'은 구좌, 남원, 성산, 우도, 조천, 표선을 아우른다. 앞장에 놓인 '제주 동쪽 지도'에 찍힌 24곳의 장소를 확인한 뒤 마을을 따라 그곳에 얽힌 사연을 만나게 된다.

이 섬의 유명 관광지 중에는 집단 학살 등 4·3유적지가 적지 않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아름다운 풍광 뒤 아픈 역사'와 같은 문구는 이제 제주를 표현하는 진부한 말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그 같은 기억을 환기하지 않는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임을 내려놓는 일일 터다.

저자는 동쪽 마을로 향하면서 '동부제 서가난 남장수 북단명', '1만 8천 신들의 본향', '세계가 인정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섬', '푸른 비경에 감춰진 통한의 역사', '너른 바다밭 일구는 해녀의 본고장'이란 열쇳말을 꺼냈다.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땅이나 누군가에겐 여전히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온평학교바당, 바다 궁전으로 가는 길로 여겨지는 용궁올레, 우도와 일출봉이 보이는 생개납돈짓당, 당캐할망당 등을 통해선 빼어난 경관 너머 인문 자원을 눈여겨보도록 했다.

신화가 사라진 역사의 시대에도 그 자리에 붙박인 채 모든 것을 목격했을 성산일출봉 등 제주 섬의 동쪽엔 갖가지 유산들이 흩어져 있지만 그들의 앞날을 쉽사리 예측하긴 어렵다. "무서운 속도의 개발 바람에 휘말려" 있는 제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제주 동쪽'의 주 독자층으로 삼은 여행자는 물론 제주 토박이들에게 "모두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유산임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했다. 21세기북스. 1만7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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