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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노지감귤 열과 피해에 "농사 짓겠나" 한숨
도농업기술원 표본 조사서 올해산 열과율 22.8%
2023년산 8.2%보다 약 3배 ↑… 서부 피해 극심
레드향 열과율도 35.8%… "제주도 차원 대응해야"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24. 10.08. 18:47:00

제주 노지감귤 열과 피해.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2024년산 출하가 시작된 제주 노지감귤의 열과 피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여름 고온, 국지성 호우 등의 영향으로 열매가 터지는 피해가 급증하면서 올해 생산량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조만간 피해 현장 확인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제주자치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올해산 노지감귤 누적 열과율은 22.8%로 집계됐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이하 도농기원)이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부, 서부지역 감귤원 4곳 당 나무 3그루를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다. 2023년산 도내 노지감귤 열과율이 8.2%(최종 집계)였던 것과 비교하면 세 배가량 높은 수치다.

평년 5% 내외인 노지감귤 열과율은 지난해부터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의 경우 열과율이 역대 가장 높은 것으로 도농기원은 보고 있다.

제주 전역에서 피해가 잇따랐지만 특히 서부지역에 피해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시 18.3%, 서귀포시 20.6%, 동부 23.5%의 열과율을 보였는데 서부에선 그 수치가 31.8%까지 치솟았다.

도농기원 관계자는 "대정, 한경 등 서부지역은 비화산회토로 토양 건조가 빠른데, 올여름 고온에 국지성 소나기도 많이 내리면서 열과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노지감귤 착색이 이뤄지면서 열과 피해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제주 전역에서 열과율이 높아) 전체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확을 앞둔 농가의 한숨도 깊다. 해거리 현상으로 가뜩이나 열매가 덜 맺힌 데다 열과 피해를 크게 입으면서 수확량 급감이 예상되는 탓이다. 서귀포 지역에서 노지감귤을 재배하는 한 농가는 "작년에도 열과 피해가 컸는데 올해는 유독 심하다"며 "그야말로 전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3000평(약 9917㎡) 기준 9000관(1관 당 3.75㎏)을 상품으로 출하했는데 올해는 4000관이 될까 말까 하다"며 "기후 온난화로 앞으로 기온은 더 높아질 텐데 감귤 농사를 지을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열과 피해가 컸던 것은 노지감귤만이 아니다. 만감류 중에도 껍질이 얇은 레드향은 누적 열과율이 현재 35.8%에 달하고 있다. 서귀포 지역에선 그 수치가 40.1%(제주 24.2%)를 보이면서 농가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도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7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제주도 행정사무감사에서 강상수 의원(국민의힘, 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서홍동)은 진명기 행정부지사에 질의하며 "올여름 무더위가 어느 해보다 심해 노지감귤 열과로 굉장히 많은 낙과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부에 농업재해 재난지원금 요청 등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관수 시설 등 열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설 지원과 기술 지도로 장기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 열과 피해와 관련해 "정부에 상황이 보고됐고 농림축산식품부도 (도내 피해) 현장을 보려 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피해 원인, 현황 파악 등을 거쳐 재난지원금 요청도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 제주도는 올해산 노지감귤 생산 예상량을 40만8300t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3년산 제주 노지감귤 유통 처리량은 39만8246t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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